[강남부자는 지금]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 B씨, 국민주택채권 6억 매입

주식·부동산보다 채권…비과세로 절세 효과도
“믿을 건 채권뿐이다.”

은행 PB들이 요즘 즐겨 쓰는 말이다. 유럽의 재정위기에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주식시장이 불안한 데다 부동산시장마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안전성이 높은 채권에 관심을 기울이라는 권고다. 은행 PB들은 당분간 시장이 좋아질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라고 주문한다.◆고수익 채권·비과세 채권에 주목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40대 A씨는 최근 미국 기업 채권 투자에 관심이 많다. 신용등급 BB에서 CCC까지 미국 기업들에 투자하는 고수익 채권을 장기간 가지고 있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월이자 지급식과 만기 일시납 중 월이자 지급식을 선호하고 있다. 연 8% 정도의 수익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여기에 1억원을 투자했다. A씨는 “현재 수익률은 낮지만 장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월이자로 받는 돈은 생활비로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인숙 하나은행 압구정 골드클럽 팀장은 “채권 금리가 많이 하락한 상황이지만 앞으로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고객이 고수익 채권에 투자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절세 효과를 노린 채권 투자도 늘고 있다. 특히 연간 금융소득이 4000만원 이상인 종합과세 대상자들은 비과세 효과가 있는 국민주택채권과 지역개발채권 등에 투자하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에 사는 B씨는 최근 국민주택채권을 6억원어치 샀다. 20억원에 달하는 은행 예금으로 연간 이자소득만 4000만원이 넘던 A씨는 최대 38.5%의 누진세율을 적용받아 왔다. 하지만 일부를 국민주택2종채권으로 돌렸다. 국민주택2종채권 2015년 2월 말 만기 상품의 경우 매매수익률은 연 3.49%다. 하지만 이자소득세(15.4%) 절감 효과와 신탁보수 등을 감안하면 연 4.07%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웬만한 정기예금 수익률은 되는 것이다.

이 밖에 분리과세 효과가 있는 만기 10년 이상 채권도 실질 수익률은 모두 연 4%를 넘는다. 저율 과세 채권(지역개발채권)도 마찬가지다. 이 팀장은 “종합소득세 신고에서 세금을 한푼이라도 줄이고 싶다면 장기 채권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가질 필요가 있다”고 추천했다.

◆환율 연계 상품과 즉시연금에도 관심신한은행은 최근 전국 PB점포에서 위안화가 1.5% 이상 절상되면 연 7.2%의 확정금리를 주는 환율연계예금(DLD)을 판매하고 있는데 부자 고객들의 반응이 꽤 좋다고 전했다.

신한은행은 상품을 판매하기 전 사전 수요 조사에서 이 상품을 원하는 부자 고객들이 많아 판매 한도를 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최저 가입 금액은 1000만원이다. 임홍택 신한은행 PB사업부 차장은 “향후 주가 상승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 원금 보장을 우선하는 안전자산 선호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며 “주가는 현재 방향성이 없지만 위안화는 중국 정부의 통제 아래 있고 미국과 무역 마찰 등 정치적인 부분에서 어느 정도 방향성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주가보다는 대외 불안 요인에 따른 환율 예측이 쉬워지면서 위기시 환율 급등을 노린 상품들에 부자들의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달 신한은행 PB사업부에서 판매한 하이닉스 외화표시채권도 연 7% 수준의 금리를 줘 인기가 높았다. 임 차장은 “우리나라 기업의 외화표시채권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때 수익률이 좋아 위기 때를 대비해 미리 사놓는 부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60대 C씨는 얼마 전 연 5.1%의 이자를 매달 지급하는 즉시연금보험에 가입했다. C씨는 즉시연금보험 상품이 월지급식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과 달리 원금을 100% 보장하면서도 10년 이상 가입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월지급식 펀드는 이익이 나지 않을 경우 일정 자금을 매달 지급하기 위해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즉시연금보험보다 크게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PB들은 여유가 있는 60대 연령층의 부자들 사이에서는 C씨처럼 즉시연금을 통해 매달 지급받는 돈을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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