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유럽발 훈풍에 반등 예상

[0730]국내 증시는 4일 유럽발(發) 훈풍으로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스가 국민투표 제안 철회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전격 인하하면서 미국 증시와 유럽 증시도 급등세를 이어갔다. 다만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신흥국들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충에 참여할지 결과를 지켜보자는 관망세와 국내 기업들의 유상증자에 따른 부담이 남아있어 큰 폭의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이틀째 하락해 1860선으로 후퇴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추가 부양책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외국인과 기관, 프로그램 매물이 점차 덩치를 불리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건설, 화학, 증권이 2% 넘게 떨어져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다.

반면 지난밤 미국 증시는 국내외 호재에 급등 마감했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구제금융안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 제안을 철회할 의사를 밝혔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취임 후 첫 정례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렸다. 미국 고용지표도 호전됐다. 지난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39만7000건으로 최근 한 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내 투자심리를 호전시켰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국민투표 실시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EFSF 확충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어 여전히 변동성 장세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국민투표는 추가 지원 등을 위한 벼랑 끝 전술이었으나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 재무장관이 공개적으로 국민투표안을 비판했고 그리스 집권당 내에서도 1명이 탈퇴하고 6명이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등 반발이 심해 그리스 국민투표 실행 가능성은 극히 낮아졌다”고 판단했다.

김 연구원은 그러나 “아직 EFSF에 대한 중국, 일본 등 글로벌 투자자의 신뢰도가 낮다” 며 “유럽 위기가 보다 안정되려면 G20 회의에서 브라질 등 이머징 국가가 EFSF 채권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ECB의 기준금리 인하도 이탈리아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금리 안정을 유도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ECB 기준금리가 떨어져 이탈리아나 EFSF 국채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 이들 채권 스프레드가 하향 안정될 것이란 예상이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그리스의 국민투표가 실제로 실시될 지는 의문” 이라면서 “1차 구제금융 중 6회분(80억유로) 지급이 지연되는 등 계획에 일부 차질이 생기고 있어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당분간 유럽사태에 대한 우려감이 높았던 국면에서 코스피지수 대비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거나 기관의 매수우위가 두드러지는 업종 및 종목에 대해 선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급격한 조정 가능성은 낮아 이번 반등장세에서 변곡점으로 작용했던 1840~1850선에서는 변동성을 활용해 저가매수 할 것”을 권했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보다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임 연구원은 “유럽의 재정위기가 더욱 예측하기 어려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경계감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며 “아직 경우의 수가 많아 매수 타이밍은 한 템포 늦춰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국내 기업들의 유상증자가 늘고 있어 개별 기업에 대한 주가 하락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최근 두 달간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를 비롯해 한진해운, LG전자 등이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김 연구원은 “기업들이 유상증자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명확한 투자안이 없는 상황에서 유상증자에 나서면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 우려로 주가는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