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1] "글로벌 위기 해결하려면 공생발전 새 모델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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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테 베를린자유대 교수 梨大 강연중동을 휩쓸고 있는 '재스민 혁명'에서 보듯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계속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심장부인 미국과 유럽의 금융가는 기존 정치제도와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시위대에 점거당했다. 이런 모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실물경제 어렵다고 케인스주의 회귀는 곤란
파울 놀테 독일 베를린자유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4일 "시위대가 자본주의의 일부 성격을 비판하는 것을 자본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며 "월스트리트 점거 시위가 사회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놀테 교수는 이날 문화관광체육부 후원으로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열린 스크랜튼대 해외 석학 초청 강연에서 "시위대가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지만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독일의 대표 두뇌'로 불리는 그는 2006년 출간한 '위험사회와 새로운 자본주의'를 통해 세계 각국이 소비국가에서 생산적 국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전 직원에게 이 책을 읽도록 추천하기도 했다. 강의는 통역없이 영어로 진행됐으며 100여명의 학생이 강의장을 가득 채웠다. 학생들은 강의가 끝난 뒤 유로존 재정위기 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놀테 교수는 시위대의 분노는 개개인의 자율성이 국가와 기업에 의해 침해받는 것에서 비롯했다고 분석했다. "일반인들은 발생 과정을 이해하기도 힘든 금융위기와 재정위기 탓에 삶이 어려움에 빠졌다"며 "해당 과정에 개입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함께 금융업체와 정부에 분노를 느끼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정부와 기존 정치체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놀테 교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돼온 정당 구도가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무너지고 있다"며 "극우정당 등 급진주의가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위가 서구사회를 휩쓸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이 큰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20세기를 거치며 파시즘과 공산주의 등 다양한 모델을 실험했지만 모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놀테 교수는 "시위대도 사회주의 등 다른 경제체제로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못하고 있다"며 "신자유주의가 싫다고 해서 케인스주의로 회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자본주의 4.0' '깨어있는 자본주의' 등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낭만화(romaticize)시키지 말 것"을 주문했다. 놀테 교수는 "자본주의는 언제나 안정과 위기가 뒤죽박죽이었다"며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한 경제의 신자유주의적 요소들도 상당 기간 존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의제 민주주의는 금융위기와 최근의 시위 등을 거치며 일정 부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봤다. 놀테 교수는 "시위가 정치 영역에서 보다 일상화할 수 있다"며 "이전까지는 국민이 대표자를 선출하고 임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면 앞으로는 시위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놀테 교수는 "'낡은 서구사회(old west)'가 전 지구적 문제를 모두 지고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가 하이브리드자동차와 전자기기 분야에서 높은 성과를 올렸듯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