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윤활유 영토' 확장…유럽에도 생산기지

SK, 스페인 렙솔과 합작…하루 1만2000배럴 규모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공들여온 윤활유 사업의 영역을 유럽으로 넓혔다.

SK는 최 회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렙솔(Repsol) 본사에서 안토니오 브루파우 니우보 회장을 만나 스페인 남동부해안 카르타헤나에 그룹Ⅲ 윤활기유 합작공장을 짓기로 합의했다고 7일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유정준 SK㈜ G&G추진단 사장,최관호 SK루브리컨츠 사장 등도 참석했다. SK루브리컨츠 스페인 합작공장은 2014년 완공 예정으로,하루 1만2000배럴(윤활기유 제품기준)의 생산규모를 갖추게 된다. 렙솔이 윤활기유 원재료와 인프라를 제공하고,SK는 기술과 글로벌 마케팅을 맡게 된다.

렙솔이 4조5000억원을 투자해 스페인 카르타헤나에 고도화 정유공장을 완공했고,SK루브리컨츠는 이 정유공장에 렙솔과 함께 그룹Ⅲ 윤활기유 공장을 건설하는 것이다. 전 세계 그룹Ⅲ 윤활기유 수요의 40%가 유럽인 만큼 SK는 이번 합작공장으로 유럽의 SK의 시장 점유율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번 방문을 통해 렙솔과 석유개발,LNG 등의 사업분야에서도 적극적인 협력을 모색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브루파우 리우버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SK는 남미 페루에서 LNG액화공장을 운영하고 생산광구에 참여하는 등 자원개발에 경험과 노하우가 있고,렙솔은 남미에서 자원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며 "자원개발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인도네시아 유도유노 대통령과 개별 면담을 갖고 윤활기유 공장 건설을 제안한 바 있다. 이를 통해 2008년 인도네시아에 윤활기유 공장을 완공함으로써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 회장은 급변하는 글로벌 사업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2009년 SK에너지에서 윤활유 사업을 전담하는 SK루브리컨츠 분사도 결정했다.

SK의 윤활유 사업은 2001년 3418억원의 매출을 올린 뒤 2007년 1조1337억원, 2008년 1조8798억원,지난해 2조34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이만우 SK CPR팀 전무는 "최 회장이 제시한 패키지딜과 파트너링 등 다양한 협력 모델로 글로벌 성과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