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中 옌청시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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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모 산업부 기자 jang@hankyung.com지난주 중국 장쑤(江蘇)성 옌청의 현대모비스 중국 현지법인을 방문했을 때다. 시 공무원들이 사무실에서 곽정용 현지법인장과 대화하고 있었다. "무슨 일로 왔느냐"고 직원에게 묻자 1주일에 한 번꼴로 찾아온다고 했다. '관시(關係)'를 떠올리며 대뜸 "어떤 트집을 잡나요,급행료를 요구합니까"라고 질문했다. 직원은 고개를 흔들었다. "여기는 완전히 달라요. 불편한 게 없는지 물어보기 위해 정기적으로 찾아옵니다. " "정말이냐"고 물었더니 "옌청시는 완전히 찾아가는 서비스 그 자체입니다"며 여러 사례를 들려줬다.
지난 2월 말.시 공무원이 법인장에게 애로 사항을 물어왔다. 곽 법인장은 "중간 관리자들이 5~7년간 근무해도 한국 말을 너무 못하는데다 배울 의지도 없어 기술을 전수하려고 해도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로부터 사흘 뒤.시당국에서 "한국어 강좌를 열고 강사료와 교재비는 시 예산에서 대겠다"고 제안했다. 곽 법인장은 "그래도 근로자들이 배우겠다는 의지가 중요할 텐데…"라는 반응을 보이자 시 당국은 "강좌에 한 번 출석하면 20위안을 주고,1급을 따면 2000위안,4급을 따면 4000위안씩의 인센티브를 걸겠다. 이것도 시에서 부담하겠다"고 했다. 지금 20여명의 현지 근로자들이 시 예산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또 다른 사례.한번은 회사 측이 "주차장이 부족하다"는 민원을 냈다. 시에서는 "걱정할 것 없다"며 며칠 만에 회사 근처에 널찍한 주자창을 만들어 선물했다. 우리나라 공단에서 직원들이 회사 밖에 주차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딱지는 물론이고 견인 조치까지 하지 않았을까.
옌청시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것은 2002년 기아자동차가 입주하면서부터였다. 현대모비스 등 부품업체들이 하나둘 들어오면서 시골에 일자리가 생겼다. 상하이 등 대도시로 빠져 나갔던 젊은이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시는 활기를 되찾았다.
기업 유치로 고용이 늘어나고 세수(稅收)가 증대되는 선순환 사이클을 옌청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기아차가 이달 초 이곳에 제3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부지 무상제공과 법인세율 인하라는 파격적 제안이 뒤따랐다. 말로만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고 현장에서는 까다로운 규정을 들이대며 트집을 잡는 한국 공무원들을 옌청시에 연수라도 보내면 어떨까.
장진모 산업부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