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소통'과 '쇼'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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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선 정치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국무총리실은 지난주 '2040세대와의 소통 강화 방안'을 각 부처에 배포했다. 이 지침은 '10 · 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원인을 '20~40대 시민과의 소통 실패'로 규정하며 "2040세대와 진정성 있는 자세로 맞춤형 소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장 · 차관들이 2040세대의 생활 터전에 자연스럽게 침투해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현장 소통 행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총리실은 '소통강화' 지침을 각 행정부처에 시달한 이유에 대해 "이제라도 민의를 무겁게 듣고자 하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각 부처들은 세부적인 계획을 짜느라 분주해졌다. 정부의 이런 행보를 '2040세대'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30대로 '2040세대'의 일원인 기자는 동년배 10여명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의견을 구했다. 이들은 "소통 자체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면서도 그 효과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했다. 직업군인 A씨는 "정부가 도덕적으로 부패했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해 소통 노력에도 불구하고 믿음이 잘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B씨는 "작은 정부를 하겠다고 해놓고 큰 정부로 회귀하는 등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데 소통이 왜 필요하냐"고 꼬집었다. 공인회계사 C씨는 "공무원들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 이미지가 아직도 강하다"고 했다.
이들의 지적은 수치로 입증된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현 정부 첫 해인 2008년 764건이었던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건수는 지난해 1436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798건이 적발됐다. 내년 공무원 수는 올해보다 4000~5000명 늘어난다. 공무원 수는 정권 초에 비해 잠깐 줄어드는 듯했지만 결국 비슷한 수치로 돌아왔다.
정부가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정부의 신뢰성이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장 · 차관들이 거리로 나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영상콘텐츠 업체에 근무 중인 D씨는 "고위직들이 방송 등을 통해 젊은 세대와 만난 횟수는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쇼'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소통부재'라는 질타에 따른 임기응변식 홍보 전략보다는 좀 더 긴 안목에서 정부의 도덕성과 신뢰성,진정성을 회복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윤선 정치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