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협력사 관리 비결은 '발굴ㆍ독점ㆍ통제'

경영진이 호텔방 전전하며 납품업체 찾아
막대한 현금 살포…물류망ㆍ부품 싹쓸이
"경영진이 직접 나서 뛰어난 협력업체를 찾아내고 독점 계약하라."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에서 애플이 세계 최고 수준의 공급망관리(SCM) 시스템을 구축한 일곱 가지 비결을 보도했다. 제품 구현에 있어 꼭 필요한 기술을 갖춘 협력사를 최고경영진이 직접 찾아나서는 것으로 시작된다. ◆협력업체 찾아나선 아이브

2006년 애플의 디자인 책임자 조너선 아이브는 맥북에 새로운 디자인을 도입하기로 했다. 카메라가 켜지면 노트북 스크린 위에 녹색 불빛이 들어오는 디자인이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불빛이 알루미늄을 투과하기란 불가능했다. 아이브는 제조팀과 함께 정밀한 레이저를 이용해 육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하지만 빛이 투과되기에 충분한 구멍을 뚫는 방법을 찾아냈다.

가까스로 기술을 찾아냈지만 대량생산되는 제품에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였다. 수소문 끝에 자재 전문팀은 마이크로칩 제조에 사용되는 레이저 장비를 만드는 회사를 찾았다. 조금만 손보면 애플의 새로운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는 장비였다. 애플은 곧장 독점계약을 맺었다. 애플의 SCM이 디자인 단계부터 적용되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아이브가 이끄는 디자인팀은 부품 및 제조업체들과 긴밀하게 협조하기 위해 수개월씩 호텔에서 지내기도 한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애플의 SCM은 지난달 타계한 스티브 잡스에 이어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팀 쿡을 구심점으로 구축됐다. 자재 조달부터 물류에 이르기까지,제품 디자인부터 매장 디자인에 이르기까지,제품을 구성하는 부품 A부터 Z까지 애플은 정교하게 관리한다. '생태학적 시스템(ecosystem)'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물류망 · 부품을 싹쓸이하라

1997년 잡스가 복귀한 후 맞이한 첫 번째 대목인 크리스마스 시즌.애플은 5000만달러를 들여 예약 가능한 비행기 화물칸을 모조리 선점했다. 신제품 아이맥을 운송하기 위해서였다. 애플이 화물칸을 점령하는 바람에 경쟁사 컴팩은 제품 운송에 차질을 빚었다. 생산 단계에 들어서면 물류망과 마찬가지로 부품도 싹쓸이한다. 이때 800억달러에 이르는 애플의 현금보유액은 강력한 무기가 된다. 대량주문은 원가를 낮출 수 있어 유리하다. 애플의 이 같은 전략 때문에 지난해 아이폰4가 출시될 때 경쟁사 HTC는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애플의 협력사들은 대량수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지만 까다로운 애플의 기준을 맞추느라 고전한다. 부품 가격이 어떻게 산정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자재와 노동비용, 예상이익까지 첨부한 명세서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신제품 출시일이 다가오면 애플은 기밀 유지를 위해 강력한 통제에 들어간다. 중국 조립공장으로 운반되는 부품 박스에 전자장치를 설치해 일일이 추적,감시한다. 애플 제품이 아닌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토마토 박스에 제품을 실어보낸 적도 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