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무딘 감수성 깨우는 수확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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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1년 중 시간의 경과를 가장 절실히 체감하게 되는 계절은 가을이다. 봄,여름 남몰래 시침을 돌리던 자연은 가을이 돼서야 1년의 종착점이 가까이 왔다는 사실을 화려한 산림의 색채와 으스스한 대지의 냉기를 통해 알려주기 때문이다. 우리의 무딘 감수성은 그제야 시간의 덧없음을 깨닫고 장탄식을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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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인상주의 화가 마리 에그너(1850~1940)는 그렇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계절의 추이를 화폭에 담았다. 그의 그림 속에서 시간의 덧없음은 포도나 박처럼 잠시도 성장을 멈추지 않고 사방으로 줄기를 뻗어나가는 덩굴식물로 표상된다. '페르골라에서'는 그 대표적인 예다. 색채와 한기로 가을이 떠는 호들갑은 한편으로 우리의 나태함을 일깨우는 자극제가 된다. 연초에 계획한 일들이 이즈음 결실을 맺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를 옥죄는 시간의 닦달 덕분인 것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