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수말 '정액 한 방울=다이아 1캐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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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Story - 국산 경주마, 말레이시아에 첫 수출7일 오후 4시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 '명문혈통'의 경주마 세 마리가 나타났다. 까다로운 검역 등 '탑승 절차'를 마친 이들은 알루미늄 합금으로 짠 스톨(말 수송용 우리)에 탄 채 아시아나항공 특수 화물기를 통해 말레이시아로 향했다.
마사회, 20년 만의 쾌거…"연 50마리 수출"
국산 경주마가 최초로 수출 길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경주마 생산의 불모지였던 한국이 국산마 생산에 착수한 지 20년 만의 쾌거다. 이들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엑스플로잇,커멘더블,비카와 국산 암말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마(子馬)다. 나이는 두 살.'아버지'들은 미국 경마 최고 대회인 대상경주(그레이드1)에서 여러 차례 우승한 최정상급 씨수말(종마)이다.
최인용 한국마사회 말산업진흥처장은 "그동안 세계 경주마 시장은 호주와 미국 등 몇 개국이 독점하다시피 했는데 한국 경주마의 첫 수출인 만큼 세계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며 "중국 필리핀 마카오 등에 2020년까지 연간 50마리를 수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국산 경주마의 첫 수출국인 말레이시아는 경마 시행국 가운데 파트2에 속해 한국(파트3)보다 수준이 한 단계 위다. 마사회가 말레이시아 말 시장의 문을 두드린 것은 지난 7월이었다. 마사회 관계자들이 마카오 필리핀 등을 돌며 수출 마케팅을 펼치던 중이었다. 말레이시아 마주들은 "한국산 경주마는 들어본 적도 없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러나 경주마 육성 목장 동영상과 혈통자료 등 '비장의 무기'를 공개하자 "상당한 수준"이라며 놀라워했다. 가격협상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첫 수출 가격은 관례상 비공개다. 그러나 경주마의 부가가치는 천문학적이다. 류원상 말산업기획팀 차장은 "최고 씨수말의 정액 한 방울은 다이아몬드 1캐럿과 맞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경마 선진국에서 명품 경주마는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100만달러 이상에 팔린다"고 말했다.
마사회가 국산마 교배를 지원하기 위해 2006년 들여온 씨수말 메니피의 몸값은 37억원이다.
이번 경주마 수출은 사상 최대 말 수입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마사회에 따르면 연간 300~400마리를 수입하던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후 내수 시장 활성화에 힘입어 지난해 2000마리 이상을 수입했다. 중국 정부가 베팅을 금지한 상황에서도 30여개 경마장이 비공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베팅이 허용되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까워 가격 경쟁력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말은 항공기로 운송하지만 중국까지는 배로도 14~16시간이면 충분해 운송비가 10분의 1에 불과하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진행 중인 국가 간 검역협정이 체결되면 최대 시장의 문이 열리게 된다. 마사회는 이미 중국의 주문을 받아놓은 상태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