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후폭풍…'재팬 디스카운트' 고개

1000억엔대 분식회계 20년간 왜 안들켰나 '미궁'
핵심 경영진 사법처리ㆍ증시 퇴출ㆍ도산 가능성
일본 광학기기 업체 올림푸스가 분식회계를 시인했지만 구체적인 규모와 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주주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엔론과 라이브도어 등 과거 대형 분식회계 사건과 마찬가지로 사법 처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증시에서 일본 기업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재팬 디스카운트'등 후유증이 예상된다.

◆여전히 의문 투성이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9일 "올림푸스 경영진이 분식회계를 자백했지만 더 많은 의문점만 남겼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우선 정확한 분식 규모부터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카야마 슈이치 사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투자 손실 규모는 제3자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맡기겠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분식 규모가 약 1000억엔(1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해고된 마이클 우드퍼드 전 사장이 블룸버그 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올림푸스가 자금을 빼돌린 정황이 있다고 폭로하며 제시한 금액이다. WSJ는 이날 일본 전문가들도 1000억엔가량의 자금이 사라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림푸스가 2008년 자이러스그룹을 인수할 당시 자문 수수료로 지급한 690억엔 중 상당액,2006~2008년 알티스 등 일본 내 3개 회사 인수대금 730억엔 중 일부가 각각 조작된 것으로 의심을 사고 있다. FT는 "회계 분식을 시작한 1990년대 당시 누가 투자 손실 누락을 지시했는지,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빼돌렸는지,회계 부정이 20년 가까이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등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드퍼드 전 사장도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회계사를 투입해 자금이 어디로 갔는지,누가 올림푸스에 협조했는지,누가 수수료를 받았는지 등을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림푸스 92년 역사 마감할 수도

2대주주 사우스이스턴자산운용의 조시 쇼어즈 수석애널리스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소송을 비롯한 어떤 대응책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회계 부정을 막지 못한 올림푸스 이사회는 전원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리스자산운용 등 해외 주주들도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경영진의 사법 처리 가능성도 크다. 올림푸스처럼 유가증권 투자 손실을 결산에 반영하지 않고 숨기면 일본 금융상품거래법상 유가증권보고서 허위 기재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분식회계 여파로 올림푸스의 증시 퇴출은 물론 도산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CLSA증권의 이마즈 나나코 애널리스트는 "자이러스 등 인수 과정과 금액이 허위로 판명날 경우 올림푸스는 1조원대의 추가 상각이 불가피하다"며 "회사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에서는 올림푸스의 불똥이 다른 기업으로 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제2야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츠오 대표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푸스의 분식회계로 일본 기업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다"며 "올림푸스와 비슷한 사례가 다른 일본 기업들에도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