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프로 "멘탈이 좋아졌어요…이젠 우승을 만들어요"

'시즌 3승' 여자골프 상금왕·다승왕 김하늘 프로

예전엔 기술 90%·멘탈 10%…지금은 멘탈에 70% 비중 둬
"끝나고 뭐 먹지" "개콘 봤어?"…대회 땐 잡념 없애려 농담
시즌 3승을 거두며 올해 국내여자프로골프 상금왕과 다승왕을 차지한 김하늘(23).그는 2008년에도 3승을 거둔 바 있다. 당시 신지애(23)가 9승,서희경(25)이 6승을 하는 바람에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3년 만에 3승을 재달성했다. 똑같은 3승인데 무엇이 달라졌을까.

"2008년에는 뭘 모르고 어쩌다 우승을 했던 것 같아요. 그냥 열심히 치다 보니 우승했죠.그러나 올해 3승은 차원이 달라요. 이제는 우승을 만들어요. 우승권에 오면 멘탈로 우승을 만들어갈 줄 알게 됐어요. "김하늘은 올 4월에 첫승을 올리기까지 2년7개월간의 공백기를 가졌다. "2008년 3승할 때처럼 계속 열심히 했는데 안 되더라고요. 고민도 해보고 주변에서 뭐라고 하면 따라해보기도 하고,그러다 깊은 수렁에 빠졌어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는데 그 시간이 오래 걸렸죠."

재기의 비결을 물었더니 "비밀인데…" 하면서 주저했다. "작년 태국 전지훈련 때부터 멘탈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어요. 100으로 치면 예전에는 80~90을 기술에 줬는데 멘탈에다 70을 줬어요. 기술은 유지만 했지요. 첫승은 그렇게 시작됐고요. 2승,3승도 멘탈의 승리였지요. "

멘탈을 어떻게 강화했는지가 궁금했다.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잡념을 버려야 해요. 티샷을 하고 나면 캐디와 대화를 나누죠.절대로 골프 얘기를 안해요. 지난주 제주 대회 때도 샷하고 나면 캐디하고 '끝나면 뭐 먹을까' 하고 생뚱맞은 얘기를 했어요. 개그콘서트에서 본 웃기는 얘기하고 '슈퍼스타K' 얘기도 하고.그러면 다음샷 장소에 도착하고 샷한 다음 또 계속 다른 얘기를 해요. "그는 "더블보기를 하거나 해저드에 빠지면 거기에 연연하게 되는데 그러면 아무것도 안 된다"며 "샷을 하고 나면 마음을 골프가 아닌 다른 곳으로 떠나보내야 집중이 잘된다"고 설명했다.

멘탈 훈련은 아버지 김종현 씨(48)의 작품이다. 지난 겨울 멘탈 관련 책을 숙독한 김씨는 이를 딸의 것으로 재창조했다. 그런 다음 전지훈련지에서 연습 라운드를 하며 반복 훈련을 시켰다. "연습 때 훨씬 더 짜증이 많이 나거든요. 실전 때는 대화를 나눌 캐디도 있지만 연습은 혼자 해야 하니까 안 맞으면 화가 나죠.이럴 때 빨리 기분을 전환하는 훈련을 했죠.꽃을 들어 냄새를 맡는다거나 하늘을 본다거나 아버지와 구구단도 하고 '3 · 6 · 9'게임도 하고요. "

그는 선천적으로 밝은 성격이다. 주니어 때 3오버파를 치고도 웃자 한 선수 아버지가 "너는 얼굴이 3언더파 친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여기에 멘탈 훈련을 하면서 여유까지 갖추게 됐다. "저는 이제 버디를 잡으려고 하지 않아요. 파를 노리면서 기다리지요. 기다림의 골프를 하게 됐어요. "지난달 열린 메이저대회 하이트컵챔피언십 마지막날 14~16번홀에서 3연속 보기를 한 뒤 마지막 두 개 홀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한 것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면서 얻어낸 수확이었다.

'삼촌팬'을 몰고 다니는 그는 2009년 회원 수가 1000여명에 달하던 팬카페를 닫은 적이 있다. "팬카페 회원들이 너무 골수팬이 되다 보니 응원할 때 다른 선수들에게 방해가 됐어요. 그게 결국 저에게 피해가 됐지요. '카페짱'에게 닫아달라고 부탁했어요. 최근 팬카페가 다시 만들어졌는데 과거처럼 저만 일방적으로 응원하지 않고 동반자에게도 박수를 쳐주는 성숙한 팬들이에요. "

미국 진출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상금왕을 하면 해외로 나갈 계획이었으나 이제는 잘하면 당연히 미국이나 일본으로 건너가는 시기는 지난 것 같아요. 메이저 대회 경험을 쌓으면서 생각할 계획이에요. 청야니와 맞붙을 정도의 실력이 아니라면 국내에서 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