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ㆍ야권 통합…둘로 쪼개진 민주당

온건파 "비준 동시에 ISD 재협상"…지도부는 "야권 분열만 초래"
민주당이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와 야권통합을 놓고 둘로 쪼개지고 있다.

손학규 대표 등 당 지도부의 '선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폐기'주장에 맞서 당내 협상파 의원들이 '비준과 동시 ISD 재협상'이라는 절충안을 들고 나오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12월 전당대회 방식을 놓고 손 대표 등 차기대권주자군과 박지원 의원 등 당권주자들이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는 와중에 또 하나의 전선이 당내에 형성된 것이다.

9일 민주당은 한 · 미 FTA 비준과 동시에 ISD 재협상시 물리적으로 저지하지 않겠다는 절충안을 제시한 의원 45명의 실체를 두고 하루종일 시끄러웠다. 45명은 87석의 민주당 의원의 과반이 넘는 숫자라 사실 여부에 따라 당론 자체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절충안은 김동철 외통위 간사와 김성곤 의원이 주도한 가운데 지난 7일 오찬회동에서 처음 의견이 개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동에서 강봉균 김영환 우제창 박병석 백재현 신낙균 이성남 장병완 조영택 의원 등 당내 온건파 15명은 "또다시 여야가 몸싸움을 벌이는 사태를 피해야 한다. 여야 극한 대립 외에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동조 의원 규합에 나섰다. 모임을 주도한 김동철 간사는 "정부가 미국과 협상을 통해 비준 즉시 재협상을 하겠다고 약속하면 물리적으로 저지하지 않는다는 데 뜻을 같이한 의원들이 40여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강봉균 의원은 "절충안에 대해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거들었다. 다만 이름이 거론된 의원 상당수가 "몸싸움을 피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지 비준 후 ISD 재협상에 동조한 게 아니다. 왜 내 이름이 거론되는지 모르겠다"고 해명하고 있어 45명의 실체는 불명확한 상태다.

당 지도부는 '절충안'을 일축하고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동영 최고위원 측은 "비준 후 재협상하겠다는 게 무슨 실효성이 있느냐.오히려 야권의 분열만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절충안을 마련한 의원실에 "한나라당 2중대냐" "내년에 낙선시키겠다"는 항의 전화가 빗발치자 일부 의원은 "우리가 주도한 게 아니다"고 발을 빼는 양상이다. 야권통합 주도권을 둘러싼 당내 대립의 골도 한층 깊어지고 있다. 박지원 김부겸 우제창 의원 등 당권도전을 준비해온 주자들은 현 지도부를 '1% 지도부'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김,우 의원은 손 대표 측근 출신이고 박 의원은 지난해 10월 손 대표 체제가 들어서는 데 기여했다.

이들은 원외지역위원장 서명작업까지 앞세워 연일 12월11일 단독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고 있지만 당 지도부의 통합전대 의지는 확고하다. 손 대표는 이날 문재인 혁신과통합 상임대표와 회동 후 12월17일 '원샷'방식의 통합전대를 열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합을 통해 내년 총선 대선판을 키우려는 차기 대권주자들과 민주당 당권 장악을 통해 총선 공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당권주자들 간 밥그릇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