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제자백가' 퍼즐 속에서 사상가 순위 매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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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시대 / 강신주 지음 / 사계절 320쪽 / 1만5000원중국철학은 공자로부터 시작됐다고 보는 게 통설이다. 그러나 그것은 유학에 경도된 사람들의 관점일 뿐이다. 공자는 과거의 전통을 전승하려고 했을 뿐,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그가 전승하려 했던 것은 주나라 주공이 정비했다고 믿어졌던 예(禮)라는 사회질서였다.
공자는 주례(周禮)가 무시됐기 때문에 춘추시대의 살육과 혼란이 발생했다고 확신했다. 또 예는 사람 간에 근원적인 화목을 추구하는 화(和)의 이념에 가깝지,성문법에 따라 획일성을 요구하는 동(同)의 이념과는 거리가 있다고 믿었다. 동이란 혼란을 현실로 인정하고 그것을 토대로 안정된 질서를 도모했던 정치철학자들의 이념이었다. 반면 공자는 과거 주나라에 통용되던 정치 질서를 복원하려 했던 보수주의자였다. 요컨대 춘추시대 지성계는 동을 지향했던 현실주의적 사상가와 화를 중시했던 보수주의 철학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던 것이다.
《철학의 시대》는 2500년 전 춘추전국시대,제자백가 철학을 처세의 교훈서가 아니라 당대 현실을 반영한 역사적 산물이란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한다. 단순한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요즘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고민과도 연결시킨다. 제자백가 철학에는 인간이 사유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이 다 들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저자는 《철학이 필요한 시간》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등의 베스트셀러로 대중과 소통해온 철학자 강신주 씨.이 책은 그가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 철학자들의 사유를 총정리한 '제자백가의 귀환' 시리즈 12권을 기획한 뒤 내놓은 프롤로그 격인 첫 권이다. 그는 살육과 전쟁의 춘추전국시대를 '철학의 시대'이자 '철학자들의 시대'라고 규정한다. 제자백가 사상가들은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과 사회에 대한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제자백가 철학은 철학의 시작이자 미래다. 국가주의에서 아나키즘까지,우주의 광대한 비밀에서부터 인간의 깊숙한 내면까지 그들이 밟지 않은 사유의 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
이번 시리즈에서는 관중,공자,손자,오자,묵자,양주,상앙,맹자,노자,장자,혜시,공손룡,순자,한비자 등 제자백가를 대표하는 사상가들을 모두 불러낸다. 개별 사상가들의 사상만 따로 떼어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 퍼즐 속에서 사상가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