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은 공동체 문화…탐욕 부리기 어려워"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 'CEO 특강'
"한국의 은행원들은 '간'이 작아 탐욕을 부리기 힘듭니다. "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59 · 사진)은 9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공학관에서 열린 '한국경제신문과 함께하는 최고경영자(CEO) 특강'에서 대학생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김 사장은 "한국의 은행원들은 백 번 잘하다가 한 번만 잘못해도 경력 관리에 치명타가 된다"며 "국내 은행들은 외국처럼 개인이 지배하는 회사가 없어 모럴 해저드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금융권의 탐욕을 규탄하는 '반(反) 월가 시위'의 배경은 과도한 성과주의인데 공동체 문화를 강조하는 한국 은행권에선 일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유럽 주요 은행 CEO의 평균 연봉은 112억1000만원이고 일반 직원은 1억1700만원으로 임직원 간 100배 가까이 격차가 나는 반면 한국은 CEO 8억8000만원,일반 직원 5700만원으로 약 15배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 자신도 35년 은행 생활 가운데 12년을 임원,7년을 CEO로 지냈지만 여전히 월급날엔 아내로부터 구박을 받는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유발했다.

그는 최근 은행권이 수익을 많이 낸다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은행들이 연 평균 10% 정도의 수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식가치가 오르지 않게 된다"며 "현 은행권 수익은 2005~2007년 평균의 80%에 불과한 수준으로 그리 큰 규모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권에 수수료 감면, 사회공헌만을 강조하다 보면 건전성에 문제가 생긴다"며 "금융당국도 은행권에 사회공헌을 강조하면서도 건전성 관리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왜 반값등록금 얘기가 나오는지 의아해한다"고 소개하며 "대학교는 기업과 같아서 수익이 줄면 각종 비용 절감 차원에서 서비스 질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하나금융이 매년 700억원가량을 사회공헌에 쓰고 있다고 소개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수익 추구는 한 차원 높은 자본주의"라고 정의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