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모바일숍ㆍ디지털프라자 확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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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ㆍ대형마트 등에 대응, 1300억 투자…유통망 강화삼성전자가 1300억원을 투자,휴대폰과 태블릿PC 등 정보기술(IT) 제품을 전문으로 파는 모바일숍을 확충한다. 자체 가전제품 판매망인 '디지털프라자' 수를 늘리고 규모도 대형화한다.
모바일 매장 내년 두 배로…가전 판매망도 대형화 추진
업계는 경쟁사 애플뿐 아니라 저가 TV등으로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국내 유통업체와 이동통신사에 대응해 판매망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40개인 모바일 전용 매장을 내년에 80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프라자를 운영하는 자회사 리빙프라자에 대해 13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2005년 7월 700억원의 자본을 확충한 이후 6년여 만이다.
증자 대금은 대부분 점포 확대나 매장 인테리어 공사 등에 쓸 예정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삼성은 2009년 12월 서울 종로에 처음 모바일숍을 만든 데 이어 올 4월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지하 1층에 '딜라이트 숍'이란 모바일 전용 매장을 열었다. 모바일 기기를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자연스럽게 구매로 연결되도록 하고 브랜드 가치도 높이기 위해서다. 얼리어답터가 많은 10 · 20대를 겨냥해 최신 휴대폰,노트북,디지털 카메라 등을 전국 매장 중 가장 먼저 전시했다. 예상대로 이곳에 젊은층이 몰리자 삼성은 모바일숍 수를 지난해 10여개로 늘린 데 이어 2년 만에 8배로 확대하기로 했다. 아이폰 출시 후 2년 만에 36개로 늘어난 '애플샵'을 견제할 이유도 생겼다. 가전제품 판매망 수를 늘리고 단일 매장 규모도 대형화한다. 리빙프라자를 통해 직영하는 디지털프라자 수를 280여개에서 내년까지 300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200평 규모의 대형 매장 수도 올해 말 50개에서 내년 70~80개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매장 수나 규모 면에서 하이마트나 전자랜드에 결코 뒤지지 않겠다는 생각에서다.
삼성은 또 저가 LED(발광다이오드) TV와 반값 휴대폰 등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대형마트 움직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게다가 '이매진'이라는 IT 복합 체험관을 만들어 스마트폰뿐 아니라 노트북,디지털 카메라 등으로 판매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SK텔레콤 등 이통사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직영점을 통해 제품을 팔면 가격 인하 여력도 생기고 다른 유통업체에 대한 협상력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삼성 측은 예상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업종 경계가 무너지는 융합화에 대응하는 방안 중 하나로 매장 차별화를 고려하고 있다"며 "일반 가전 매장은 점포 규모를 키워 다양한 상품을 전시하고 모바일 숍은 핵심 상권에 중소형으로 입점시켜 최신 제품 위주로 판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유상증자를 통해 리빙프라자 부채도 갚아 나갈 예정이다. 리빙프라자는 2007년과 2008년에 이어 작년에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누적 적자만 120억원이 넘는다.
건물 매입과 매장 임대료 부담으로 인해 금융비용도 해마다 증가해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550억원 이상 많다. 삼성 관계자는 "리빙프라자 유동부채의 80% 이상이 삼성전자에 지급할 물품대금이어서 실제 부채는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