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상최대 '지자체 파산'…제퍼슨카운티 31억弗 규모

지방정부 디폴트 우려 재점화

해리스버그 이어 올해만 4번째…2조9000억弗 지방채 시장 흔들
개인 비중 34%…대규모 손실 우려
미국 앨라배마주 제퍼슨카운티가 9일 미국 지방정부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하수시스템 개선작업을 위해 발행한 31억3600만달러의 지방채를 갚지 못해서다. 1994년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가 22억달러의 지방채를 갚지 못해 파산 선언을 한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달 펜실베이니아 해리스버그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제퍼슨카운티마저 파산보호를 신청하자 2조90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지방채 시장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방채의 34%는 일반 가계가 보유하고 있어 지방채 파산이 잇따를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금융위기 직격탄 맞은 카운티 재정제퍼슨카운티의 파산 가능성은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부터 제기됐다. 하수시스템 개선작업을 위해 발행한 채권 금리가 금융위기 여파로 급등하면서다. 당초 채권발행을 주관한 JP모건은 고정금리를 적용해 금리의 변동성을 줄일 계획이었지만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채권을 보증한 금융사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락하자 계획이 무산됐다. 이후 투자자들은 제퍼슨카운티의 채권을 팔아치우기 시작했고 이자비용이 크게 늘어났다.

여기에 경기침체로 세수까지 줄어들면서 시의 예산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특히 카운티 재량예산의 44%를 차지하던 '직업세(occupational tax)'가 올해 초 주 대법원으로부터 위헌판결을 받으면서 카운티 재정은 더욱 타격을 받았다.

이에 카운티 정부는 JP모건 등 채권자들과 채무재조정 협상을 벌여왔다. 양측은 지난 9월 채무규모를 20억5000만달러로 줄이기로 합의했지만 일부 채권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면서 두 달 만에 채무규모가 21억9000만달러로 다시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하수 사용료 인상 규모가 8.2%에서 8.4%로 늘어나자 카운티 위원회가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9일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올 들어 네 번째 지자체 파산

제퍼슨카운티는 올해 들어 파산보호를 신청한 네 번째 지방정부다. 아이다호의 보이시카운티(3월),로드아일랜드의 센트럴폴스(8월)에 이어 지난달에는 펜실베이니아 주도 해리스버그가 소각로 개조사업을 위해 발행한 3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갚지 못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지방채 연쇄파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뮤니시플마켓어드바이저의 매트 파비안 대표는 "제퍼슨카운티의 파산은 지방채 시장에 심리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방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며 "투자자들은 앞으로 지방정부가 쉽게 파산보호를 신청할 것이란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투자자들은 지방채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에서 300억달러를 회수했다. ◆시장영향 제한적 분석도

제퍼슨카운티의 파산보호 신청이 시스템 위기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예산 관리에 실패한 일부 지방정부의 문제일 뿐이라는 인식에서다. 애스파이리언트의 최고투자책임자인 제이슨 토머스는 "당분간 지방채 투매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며 "우리는 이를 저가에 지방채를 사들이는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