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비준' 3차시한도 넘겨…'4류 정치'에 발목잡힌 국익

표류하는 한·미 FTA

여야, 강·온파 대립…총선·대선 정략만 판쳐
'책임 떠넘기기' 급급…여 "민주 강경파 反애국적" 야 "균형 무너진 FTA" 24일 처리도 불투명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국회 처리가 3차 시한인 10일을 넘겼다. 비준안을 둘러싸고 여야 대치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처리 안건이 많지 않아 국회 본회의를 취소했다는 게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의 설명이다.

한나라당은 당초 지난달 28일을 비준안 처리 시한(D-day)으로 잡았다가 지난 3일로 늦춘 데 이어 이날 또다시 연기한 것이다. 다음 본회의는 오는 24일이다. 그렇지만 비준안 처리를 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한나라당이나 강 · 온파가 충돌하는 민주당의 내부 상황으로 봤을 때 비준안 처리가 24일을 넘겨 장기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런 여야가 서로를 향해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민주당 내 강경파에 대해 "참으로 국익을 도외시하고 당리당략에만 치우치는 반애국적 작태"라고 비난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 · 미 FTA는 이익 균형이 무너져 나쁜 FTA"라고 규정하고 "차기 19대 국회에 가서 좋은 FTA로 고쳐 비준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한 · 미 FTA 비준안 처리가 지연되는 것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한 정치권의 표 계산과 함께 여야 모두 지도력 부재라는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정부,한나라당은 내년 1월부터 FTA가 발효되기 위해선 조속한 시일 내에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아무도 행동에 나서려 하지 않는다. 자칫 몸싸움이 벌어지면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이에 "야당에 너무 많이 양보했다"며 조속 처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적지 않게 나오면서 강온 기류가 교차하고 있으나 지도부는 이를 조정할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당 쇄신을 놓고 갈등을 빚는 바람에 FTA 처리에 힘도 달리고 있다. 과반 의석(295명 중 169명)을 갖고도 무기력하게 야당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민주당은 협상파가 강경파에 밀리고 있다. 당내 온건파 45명이 FTA 발효 즉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한 협상을 시작한다는 약속을 미국에서 받아오면 비준안 처리를 하자는 절충안을 내놓았지만 지도부는 완전히 귀를 닫고 있다. 한 · 미 FTA에 반대하는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야권과의 통합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정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의석 6석의 소수 야당에 질질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그나마 절충에 나섰던 온건파들도 인터넷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내년 총선에서 낙선시키겠다"는 협박성 글들이 쏟아지자 뒤로 물러섰다. 어떤 타협안도 통하기 힘든 구조가 됐다. 일단 여야는 ISD와 관련한 민주당 절충안을 놓고 물밑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나 합의 처리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4류 정치에 대한민국호가 발목을 잡혔다"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