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복지문제, 앱스토어 모델로 풀자

수요 맞춰 기업이 서비스 제공, 정부 지원 병행으로 역할분담…산업 키우고 일자리 기대돼

김경준 < 딜로이트컨설팅 대표이사 >
2004년 44조원의 복지예산이 2012년 93조원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복지 수혜자와 서비스 범위를 늘리면 예산지출 증가는 당연한 결과이지만 이런 자원투입형 복지의 과도한 확대는 한계도 분명하다. 높은 비용,낮은 만족도,공급자 중심이라는 20세기 복지제도의 속성상 혜택을 확대시킬수록 재원을 고갈시키는 구조다.

더구나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작용하면서 서비스 만족도는 떨어지고 사회적 갈등은 증폭되는 함정에 빠져들기도 쉽다. 기업에서 고객분석을 통해 목표고객을 설정하듯이 복지대상을 소득,지역,계층 등 일정한 변수로 추출해내지만 최적 대상 선별이 어렵고,낙인효과로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복지서비스의 특성상 재원 부담자와 수혜자가 달라 사회갈등이 심화될 위험성도 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최근 정보기술(IT)을 적용한 스마트혁명의 성과를 복지제도에 접목시킨 스마트복지의 개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스마트'의 핵심은 적은 비용으로도 만족도를 높여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다. 애플,구글,아마존과 G마켓의 성공요인은 개방형 상거래 플랫폼의 구축이었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개설했으며 이 시장에서 이뤄지는 기본 질서도 창출해 왔다. 앱스토어에 판매자가 올린 콘텐츠를 소비자는 구매하고 결제는 애플을 통해서 진행되는 삼각구조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공급된 60만개 이상의 다양한 기능의 콘텐츠가 수요자에게 판매되면서 스마트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앱스토어의 개방형 플랫폼 모델은 구글,아마존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카카오톡도 플랫폼 사업모델로 변신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복지의 기본 골격은 스마트폰에서 활용하는 앱스토어를 연상하면 된다. 앱스토어에서 애플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개발자와 사용자(소비자)의 중개자 역할을 맡는다. 스마트 복지에서 정부는 애플이고,콘텐츠 판매자는 민간기업이며,콘텐츠 구매자는 복지수혜자로 보면 된다. 다른 점은 지급 주체다. 앱스토어에서는 구매자가 대금을 지급하는 반면,스마트복지에서는 복지수혜자가 구매한 서비스에 대한 지급은 정부의 몫이다.

앱스토어가 거래참여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기 때문에 발전했듯이 스마트복지도 마찬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민간은 특유의 활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복지수혜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해 만족도를 높인다. 정부는 복지재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플랫폼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분량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제도운영의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다. 또한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관련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고,무엇보다 복지재원이 한번 사용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공공에서 민간으로 환류돼 관련 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일자리를 늘리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과정에서 선진국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는 후발자의 이익을 활용해 성공할 수 있었다. 복지제도에서도 실패를 답습하지 않는 후발자 이익의 관점이 필요하다. 스마트복지는 우리나라의 강점인 IT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뿐더러 과잉복지의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는 세계 각국에 수출해 공공서비스 부문의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로 활용하는 잠재력도 충분하다. 최근 정부가 구축한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은 스마트복지를 추진하는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관점의 전환이다. 생전의 스티브 잡스는 "창조력이란 사물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갈파했다. 우리가 축적해 온 기술과 정보,경험을 플랫폼 관점에서 스마트복지로 연결한다면 21세기 스마트사회의 근간이 될 것이다.

김경준 < 딜로이트컨설팅 대표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