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重 완전 타결…농성 김진숙 309일 만에 내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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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사법처리" 재확인…일감 없어 정상화까지 먼길한진중공업 노사의 정상화 합의안이 10일 오후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받아들여져 노사분쟁이 파행 11개월 만에 끝이 났다. 영도 크레인에서 309일간 고공농성해온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도 지상으로 내려와 노사갈등을 마무리했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는 10일 오후 2시부터 부산 봉래동 한진중공업 입구 쪽 현장에서 노조원 총회를 열어 30분 만에 전날의 노사 합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노조 지회가 "더 이상 크레인 농성 노동자들의 건강 악화를 두고 볼 수 없는 데다 회사와 합의가 된 만큼 노조원들이 투표없이 만장일치로 통과시켜달라"고 제안해 승인된 것이다. 지난 9일 김 위원 등 크레인 농성자 4명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300명을 조선소 안으로 투입시킨 경찰에 맞서 노조원들이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조합원 총회가 하루 연기됐지만 이날은 별다른 충돌없이 순조롭게 노사합의 사항을 통과시키겠다는 노조 집행부의 뜻이 관철됐다.
노사는 전날 △합의서 체결일로부터 1년 내 해고자 재취업과 1인당 2000만원의 생계 지원금 분할 지급 △형사 고소 고발,진정사건은 서로 취하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이 합의는 김 위원이 크레인에서 내려오면서 효력이 발생했다.
이재용 사장과 박상철 금속노련 위원장,차해도 노조위원장은 이날 오후 5시께 영도조선소 신관 회의실에서 조인식을 갖고 정리해고자 94명에 대해 1년 후 재고용을 골자로 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노사 합의문이 받아들여짐에 따라 김 위원은 이날 오후 크레인에서 내려와 부산 사하구 모 병원에 입원했다. 경찰은 전날 김 위원에 대한 무리한 체포영장 집행으로 노조원들을 자극,찬반투표 총회가 무산된 점을 감안해 이날은 회사 안으로 진입하지 않았으며 회사 정문에서 병원으로 동행하는 방식으로 김 위원의 신병을 확보했다.
경찰은 사측이 김 위원에 대해 선처를 요청해오면 참작은 할 수 있지만 형사문제는 원칙적으로 법에 따라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김 위원 등의 신병을 확보해 병원에서 건강상태를 점검한 뒤 영도경찰서로 이송해 건조물 침입 및 업무 방해 혐의에 대한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밝혀 사법기관의 판단이 주목된다.
노사 간 대립에 제3자 개입으로 발생한 장기 분규는 일단락됐지만 회사의 조기 정상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부 조합원은 해고자들이 장기농성하는 바람에 회사 일감이 떨어졌고 정상화가 늦어지면서 휴업도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고,강성 해고자들은 여전히 합의내용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현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선박 수주 물량은 전혀 없는 상태다. 분규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지난 7월 건조의향서를 체결했던 4700TEU급 컨테이너선 4척에 대한 본 계약 체결도 지연되고 있다. 본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설계와 자재 구매 등에 시간이 걸려 생산직 근로자들의 현장 투입까지는 최소 8~10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도장 등 후행 건조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조합원과 협력업체의 경우 최장 1년까지 손을 놓고 물량을 기다려야 한다.
이날 노사가 타결한 합의안이 차질없이 잘 지켜지더라도 회사가 정상궤도에 서기까지는 최소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