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이젠 '아시아 스토리'가 힘이다…워크숍서 100개 선정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를 방문하면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비견할 만한 아시아 유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사원 규모가 방대할 뿐더러 예술성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사원의 긴 회랑에는 고대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가 조각으로 표현돼 있다. 바라타족의 슬픈 전쟁담과 날라왕의 사랑,정숙한 아내를 다룬 사비트리 등 수많은 이야기가 여행객의 심금을 울린다.

뿐만 아니다. 게사르(티베트,몽골)와 마나스(키르기스스탄) 등 아시아의 스토리들은 고대 서구의 대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딧세이보다 더 길다. 베트남의 수상인형극,인도네시아의 그림자연극,한국의 판소리,말레이시아의 힛카야 등은 그 자체로 이야기의 보물창고다. 10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아시아,스토리를 말하다' 국제워크숍에서는 11개국 전문가들이 아시아의 주요 스토리 1000여개를 소개하고 이 중 100개를 아시아 문화콘텐츠 유산으로 선정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아시아문화네트워크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아시아 스토리 유산을 재조명해 열악한 국내 번역 스토리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조현설 서울대 교수는 "수많은 스토리를 조사해보면 신화는 갈등보다 화해를 지향하고 민담에는 복수 이야기가 많다"며 "하지만 신화와 민담은 모두 삶의 지혜를 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소설가 김남일 씨는 "할리우드가 아시아의 스토리를 사냥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그리스 · 로마신화는 줄줄 꿰면서도 길가메시(아랍)에는 깜깜하다"며 "한류에 자만할 게 아니라 아시아의 이야기를 통해 아시아의 문화적 긍지를 높이는 일에 앞장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