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 300가지로 한식 세계화…조리명장 1호

명장을 찾아서 - 한춘섭 한국관광대학 교수
'멋있는 예술'이라는 말은 흔하다. 그러나 '맛있는 예술'이라는 말은 생소하다. 국내 최초 조리명장인 한춘섭 한국관광대학 호텔조리과 교수(59 · 사진)는 음식을 '맛있는 예술'이라고 부른다. 좋은 예술작품과 음식은 모두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는 점에서 같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감동해서 눈물을 흘린 적이 많다"며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것으로 음식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행복을 주는 행복한 직업' 요리사의 길을 그는 41년째 걸어왔다. 1970년 조리 분야에 발을 들였고 2000년 명장 칭호를 받았다. 1980~1988년 서울 회현동 뉴코리아호텔 총주방장을 지냈고 2003년에는 국내 요리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난 한 교수는 "초등학교 때 어머니의 정갈한 음식솜씨를 보며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회고했다. 부엌일에 흥미가 생겼고 자주 어머니의 일을 거들었다. 열두 살부터는 가마솥에 밥을 했다. 가마솥 밥은 아궁이 불의 세기,조리 시간 등을 세밀하게 조절해야 해 만들기 까다롭다. 또래와 어울리는 대신 산딸기 오디 등 지천에 널린 음식 재료로 먹거리를 만들며 놀았다.

고등학교를 나온 뒤엔 한국 최초 조리 박사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고향을 떠나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경양식점 종업원으로 들어갔습니다. 인심은 박했죠.주방장은 요리 레시피를 가르쳐주는 걸 꺼렸습니다. 낮에 주방장이 일하는 것을 눈여겨봤다가 밤에 선배들이 퇴근하고 나면 혼자 연습했습니다. "

프라이팬에 물과 행주를 넣고 물이 튀지 않게 뒤집는 훈련을 했다. 고기를 굽다가 기름이 튀지 않게 뒤집는 연습이었다. 소금을 프라이팬에 한가득 부어 일정한 박자로 흔들며 소금을 공중으로 띄우기도 했다. 밥 볶는 법을 익히기 위해서다. 감자 깎는 법을 터득하기 위해 왼손에 계란을 들고 빙글빙글 돌리며 칼로 껍질을 훑었다. 3년 일해야 칼자루를 잡아보던 시절, 한 교수는 이런 인고의 노력으로 3년 만에 주방장이 됐다. 2009년부터는 경기 이천시에 있는 한국관광대학에서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한 교수는 "음식을 하나 개발하면 우주를 개발하는 것보다 인간에게 더 큰 즐거움을 준다"고 말했다. '우주보다 나은 창조'를 대하는 사람은 충분히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아무리 바빠도 식사시간에는 똑바로 앉아서 음식을 먹어야 한다"며 "허겁지겁 먹으면 자신의 몸과 마음 모두를 해치게 된다"고 충고했다.

그는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식은 콩나물국 하나를 끓여도 재료가 6~10가지 들어갈 정도로 조리법이 복잡한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식 소스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마늘 소금 후추 고춧가루 등을 일일이 넣을 것 없이 '콩나물국 소스' 하나만 넣으면 되도록 하는 식이다. 300여가지 소스를 개발해놓고 상품화하기 위해 삼양사와 협력하고 있다. 그는 "건강다이어트식인 한식은 시대가 원하는 음식"이라며 "조리법을 간단하게 만들어 국적에 상관없이 누구나 한식을 즐길 수 있게 하고 싶다"고 전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