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ㆍ보육비 대폭 늘려…대형사업은 줄줄이 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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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號 서울 내년 예산'박원순 호(號)'의 첫 살림살이,내년 시 예산에 박 시장이 내걸었던 공약들이 대거 반영됐다. 서울시가 10일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은 도로건설 등 도시 인프라 투자와 한강르네상스 등 오세훈 전 시장의 역점 사업이 대거 유보되거나 폐기되는 대신 무상급식 등 복지사업비를 대폭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복지시리즈 최우선…서해뱃길 중단
청년일자리 500억 '기업 협찬' 강행
박 시장은 "이번 예산안은 전시성 토건 중심의 시정 패러다임을 시민과 복지 중심으로 바꾸는 첫 단추라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지 예산 확충으로 교통 인프라 등 주요 사업이 축소되면서 시민 불편이 가중되고 서울의 성장잠재력도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무상급식 등 '무차별 복지'현실화
박 시장은 내년도엔 △복지 △일자리 △시민안정 등 3대 핵심 분야에 재정을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내년도 복지 분야 예산은 올해 4조5601억원에서 6045억원 증가한 5조1646억원에 달한다. 전체 순계예산(실질예산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4.0%에서 26.0%로 늘었다. 박 시장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정책들은 모두 예산에 반영됐다. 우선 임기 내 공공임대주택을 8만가구까지 확대하겠다는 박 시장의 공약대로 해당 사업에 올해보다 1600억원 늘어난 5792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또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지원을 위해 182억원이 책정됐다. 또 다른 핵심 공약이었던 국 · 공립 보육시설 확충도 890억원을 들여 시행될 예정이다. 보육교사의 처우개선에도 올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518억원의 재원이 배정됐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인 전면 무상급식 비용 1028억원도 내년도 예산안에 들어갔다. 박 시장 취임 직후 초등학교 전 학년에 무상급식이 실시된 데 이어 내년엔 중학교 1학년까지 무상급식이 확대된다. 무상급식 재정분담비율은 기존 방침대로 시가 30%를 부담하고,나머지는 교육청이 50%,자치구가 20%씩 부담토록 했다. 그러나 향후 시의회 예산 검토를 거치면서 시 분담률이 높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오세훈 정책 대부분 백지화
복지 분야 예산을 6000억원가량 늘린 대신 한강 르네상스 등 오 전 시장이 추진했던 사업들은 대부분 백지화되거나 유보됐다. 시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대규모 시설투자사업이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보다는 시의 재정 여건을 악화시키는 주된 원인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우선 총 사업비 6735억원 중에서 551억원이 이미 투입된 한강예술섬 사업이 유보됐다.
중국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목표로 추진됐던 서해뱃길 사업(총 사업비 1757억원)도 중단됐다. 5526억원을 들여 광역단위 노인복합시설인 어르신 행복타운을 5곳 늘리는 재원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했다.
이들 사업에 대해선 향후 민간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사업조정회의'를 통해 사업 타당성을 심사한 후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게 시의 방침이다. 그러나 박 시장이 해당 사업들을 '전시성 토건사업'이라고 비판해 온 데다 이미 복지 예산을 대폭 늘리는 바람에 여력이 거의 없어 사실상 백지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상암DMC의 IT콤플렉스(2026억원),동대문디자인플라자(4326억원) 건립 사업은 계속 추진은 하되 완공 시점을 내년에서 2013년으로 늦추기로 했다.
◆교통 인프라도 대거 축소
내년도 시의 주요 8개 사업 분야 중 올해에 비해 규모가 축소된 분야는 △도로 · 교통 △도시계획 및 주택정비 △공원 · 환경 등이다. 대규모 토목 · 건축사업이 수반되는 분야들이다.
출퇴근 시간 만성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1조3300억원) 및 강변북로 성산대교~반포대교 구간 확장 사업(9880억원),신림~봉천터널 도로건설사업(5507억원)이 유보되자 벌써부터 해당 지역 주민들이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 시장이 청년 일자리 지원 등을 위해 조성키로 한 사회투자기금도 또 다른 논란거리다. 시는 내년도 기금 8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시가 300억원을 부담하고,나머지 500억원은 민간이 부담하도록 할 방침이다. 박 시장은 "성의를 가진 시민들과 기업들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가 재정 부담을 피하기 위해 민간기업에 일방적으로 비용을 떠넘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 최종 결정권자가 '성의'를 강조하는 와중에 민간 기업들이 이를 무시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김태철/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