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회장 선거전…최원병 재선 유력

18일 투표…최 회장, 대의원 70% 확보 주장
출마 자격 논란…김병원·최덕규 후보 추격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가 10일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본격 경선에 들어갔다. 현직 프리미엄이 있는 최원병 회장이 현재로선 가장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최 회장과 김병원 전남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최덕규 경남 합천 가야농협조합장 등 3명이 최종 후보등록을 마쳤다. 후보자들은 이날 곧바로 기호를 추첨한 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선거는 오는 18일 치러진다.

◆공룡조직 차기 수장 3파전농협중앙회는 총자산 287조원,22개 계열사,245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거대 조직이다. 4년마다 선출되는 회장은 '농업계의 대통령'으로 불린다. 일각에서는 "농협 회장이 직접 내려 꽂을 수 있는 자리만 해도 수백 개는 된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재임에 도전한 최원병 회장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09년 농협법 개정으로 선거 절차가 바뀐 영향이 크다. 2007년까지는 1167명 지역조합장들이 직접 투표해 회장을 선출했지만 올해부터는 조합장 중 선출된 288명의 대의원만 투표하게 된다. 선거 과열을 막기 위해서다. 유권자 수가 적으면 현직 회장이 임기 중 표를 관리하기 쉽다는 게 농협 안팎의 분석이다.

대의원들의 지역 구성도 최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 회장은 경북 경주 출생으로 10년 넘게 경주 안강농협 조합장을 지냈다. 경북도의회 의장을 거쳐 경북 인맥이 두텁다. 현재 대의원 288명 중 경북은 43명으로 단일 지역으로는 표가 가장 많다. 여기다 경남까지 합치면 표는 79명으로 늘어난다. 반면 지난 선거에서 최 회장에게 4.6%포인트 뒤졌던 김 조합장의 표밭인 전라도 출신은 60명이다. 서울 · 경기 지역도 44명에 불과하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대의원 구조를 보면 적어도 200명 이상이 최 회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출마만 한다면 당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내심 최 회장의 연임을 바라는 눈치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농협 신경분리,인사개혁 등 (최 회장의) 재임 기간 성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9월 최 회장에게 금탑산업훈장을 수여했다.

◆최 회장 출마자격 논란농협중앙회 노조는 최 회장이 현재 농민신문사의 상임 회장직을 맡고 있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농협중앙회 정관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나 회원농협의 출연으로 운영되는 관계법인의 상근 임직원을 그만둔 지 90일이 지나야 회장직에 출마할 수 있다. 노조 관계자는 "농민신문사를 설립할 당시 농협중앙회와 회원들이 출연한 기록이 명백하게 있기 때문에 최 회장은 피선거권이 없다"며 "전날 선관위에 이런 내용으로 이의신청을 접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 측에선 "농민신문사는 신문구독료로 운영되는 사단법인으로 농협중앙회와 관계가 없는 만큼 (최 회장의) 출마 자격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4월 최 회장 재임 기간 중 사상 초유의 전산 해킹 사건이 벌어졌고,자산 건전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또 연임했던 전임 회장들이 모두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됐었다는 점도 표심이 흔들릴 요인으로 꼽힌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