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부터 중남미까지…선심성 복지에 예외없이 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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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부 '디폴트의 세계사' 발표기획재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를 앞두고 '디폴트(채무 불이행)의 세계사'라는 보고서를 10일 냈다. 무분별하게 재정지출을 늘린 나라들은 예외없이 파산했다는 내용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복지예산을 늘리는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재정 무분별 지출이 화근…한국도 반면교사 삼아야
재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는 기념비적 건축물 건립과 복지정책 확장 등으로 재정 수요가 팽창하면서 경제적으로 쇠퇴하기 시작했다. 로마제국도 무분별한 화폐 발행과 선심성 복지정책이 몰락을 촉진했다. 강대국의 몰락은 포퓰리즘과 영토 확장 전쟁에 따른 국가재정 악화에 기인했다고 재정부는 설명했다. 한때 번창했던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등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도 독재 및 사회주의적 복지정책으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01년 국가부도를 선언한 아르헨티나에 대해 "정부가 재정건전화에 더 강한 의지를 보였다면 디폴트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다한 지하경제로 인한 세수 기반 약화와 관대한 연금제도 등 복지 지출 확대,공공 부문 팽창에 따른 만성적 재정적자 등이 위기의 원인이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계속 올라가고 국가 · 사회보험의 시스템 개혁이 불가피해졌을 때 복지를 포함한 재정정책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국가의 명운을 좌우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교훈을 바탕으로 재정건전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역사적으로 취약한 재정 구조와 건전화 의지 부족이 항상 위기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재정부는 보고서에서 "과도한 사회보장이 정치무기화될 경우 재정건전성 확보는 '사후약방문'이 된다"며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개혁 없이는 재정건전성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원경 재정부 대외경제총괄과장은 "시장에 채무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신뢰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며 "IMF에 따르면 채무 재조정을 경험한 국가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평균 4.3년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