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예상 뛰어넘은 승부수…신주 발행가격 등 변수 남아

채권단, 11일 우선협상자 선정…실사 거쳐 내년 1월 인수계약
SK텔레콤이 우여곡절 끝에 10일 오후 하이닉스반도체 본입찰에 참여했다. 이로써 '하이닉스 주인 찾기'는 일단 예정대로 진행되게 됐다.

채권단은 이날 본입찰에 단독으로 응한 SK텔레콤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거쳐 11일 중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계획이다. 차질 없이 매각절차가 진행된다면 하이닉스는 내년 1월 SK텔레콤의 품에 안길 전망이다. 막판 변수는 'SK텔레콤이 인수가격을 얼마 써냈느냐'다. 채권단이 정한 최저입찰가격을 밑돌면 딜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채권단과 인수자문사 등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저입찰가격 이상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이날 SK텔레콤이 제시한 인수제안가격을 놓고 적격성 심사에 착수했다. 주 채권기관인 외환은행 관계자는 "입찰제안서 내용을 검토한 뒤 심사를 거쳐 요건에 부합하면 11일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심은 SK텔레콤이 인수제안가격으로 얼마를 써냈느냐다. SK텔레콤이 제출한 인수제안가격이 최저입찰가격 이상이면 채권단은 SK텔레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다. 인수제안가격이 최저입찰가보다 낮으면 매각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SK텔레콤이 단독 입찰에 응한 상황에서 헐값매각 시비가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정한 최저입찰가격은 3조3000억~3조35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보유지분(구주) 15% 가운데 7.5%(4425만주)와 신주 14%(1억185만주)를 인수하는 조건이다. 지난 9일 종가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매각 대상지분(총 1억4610만주)을 인수하는 데 드는 비용은 3조2200억원.여기에 채권단은 구주 기준으로 최소 5%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아야 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SK텔레콤은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으로부터 총 2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확약서(LOC)를 확보하는 등 자금 조달계획을 이미 짜 뒀다. 인수자문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금액을 얘기할 수는 없지만 SK텔레콤이 최저입찰가격 이상을 써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변이 없는 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SK텔레콤이 인수전에 참여한 것과 관련,검찰 수사와 상관없이 하이닉스 인수 의지를 보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 8일 검찰 수사 이후 SK텔레콤이 본입찰에 불참하거나,참여하더라도 채권단이 받아들이지 못할 낮은 가격을 써내 자연스럽게 발을 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었다. 하지만 최저입찰가 이상을 써낸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런 가능성은 없어졌다. SK텔레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다음주 하이닉스 이사회를 거쳐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다. 이어 한 달여간의 실사를 거쳐 이르면 내년 1월 중 최종 인수계약을 맺게 된다.

최종 인수까지 변수는 남아 있다. 14일 열리는 하이닉스 이사회에서 정할 신주발행 가격이 첫 번째 변수다. 채권단은 SK텔레콤이 제출한 신주인수가격과 이사회에서 정할 신주발행가격을 비교해 더 높은 가격을 신주발행가로 결정한다. 하이닉스 이사회가 결정한 발행가격이 SK텔레콤이 제시한 가격보다 높고,SK텔레콤이 이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협상은 무산된다. 이사회의 신주발행가격이 SK텔레콤 제안가격보다 20% 이상 비싸면 SK텔레콤이 입찰을 포기할 수도 있다.

가능성은 작지만 실사를 마친 뒤 최종 가격협상 과정에서 인수계약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

이태명/좌동욱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