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글로벌 경제성장 APEC에 달렸다

세계 교역·생산 50% 규모로 성장…호놀룰루 회의는 비전 제시 자리
한국, 선진·개도국 중재역할 기대

류진 < 풍산 회장·ABAC 위원 >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10~12일(현지시간) '미래에 대한 재고(The Future,Redefined)'라는 주제로 아시아 · 태평양경제협력체 최고경영자회의(APEC CEO Summit)가 열리고 있다. 이번 회의에는 '더 잘 연결되고 혁신적이며 역동적인 APEC 지역을 위한 민 · 관 협력의 새로운 기원'을 모토로 APEC 정상과 정부대표단,1500명의 기업 CEO,스태프와 언론을 포함해 약 2만명의 사상 최대인원이 참여했다.

행사 참석자들은 미래는 적극적으로 창조하는 것이라는 전제 아래 앞으로 펼쳐질 기회와 장애 요인들을 가늠하면서 역내 및 세계경제에 대한 정책과 기업의사 결정에 있어서의 선택 문제를 심도 있게 모색하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지금 세계는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제의 회복 지연 등으로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 그런 가운데 가장 역동적 성장엔진으로 부상한 APEC 지역의 정상 및 정부 대표단과 기업인이 함께 모여 세계 경제의 미래를 논의한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아 · 태지역 21개국이 참여하는 APEC은 출범한 지 20여년 만에 세계교역과 생산의 약 5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지역경제 협력체로 성장했다.

APEC 성장의 주된 동인으로는 무엇보다 APEC의 궁극적 목표인 아 · 태지역 자유무역지대(FTAAP) 창설을 통한 역내 경제통합 달성을 위해 이뤄진 과감한 무역 및 투자 자유화 노력을 들 수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1989년 APEC 창설 당시 16.9%였던 역내 평균 관세율이 최근에는 5.4%로 낮아졌다. APEC 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 또는 지역무역협정(RTA)도 40여개에 이른다. APEC이 역내 무역자유화와 경제 · 기술협력을 추진하는 데 있어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 APEC Business Advisory Council)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ABAC은 정상들에게 역내 무역장벽을 해소하고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끊임없이 전달해왔다. 또 정상들은 ABAC의 자문사항들을 의제화해 해결방안을 내놓는 것으로 화답해 왔다.

올해 ABAC은 '21세기 성장을 위한 21개국의 노력(21 Economies for 21st Century Growth)'이라는 주제 아래 지역 경제통합과 지속가능한 성장,중소 · 중견기업(SME)과 혁신,그리고 일자리 창출 등을 주요 안건으로 정하고 논의를 지속해 왔다. 올 한 해 동안 논의된 역내 경제계의 의견은 APEC CEO 서밋에 이은 13일 APEC 정상들과의 대화에서 역내 정상들에게 직접 전달될 예정이다. 올해 APEC 의장국인 미국이 민 · 관 협력을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해왔기 때문에 이번 APEC 정상회의와 APEC CEO 서밋 및 ABAC-APEC 정상과의 대화에 대해 거는 기대가 적지 않다.

APEC은 배타적 경제블록을 형성한 기존 지역경제체제와는 달리 동아시아와 미주 지역을 잇는 개방적 다자 체제를 지향하고 있어 향후 세계 질서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무역의 66%와 해외투자의 72%를 차지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발전을 대외적으로 홍보하고 경제적인 실리를 취할 수 있는 통상외교의 장이 될 수 있다. 특히 APEC 출범 초부터 주도적으로 활동해온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재역할을 통해 미국과 중국,일본,러시아 등 강대국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APEC 내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번 호놀룰루 APEC CEO 서밋이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는 APEC 지역,나아가 세계경제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역내 차세대 기업인들과 정부 지도자들의 전략적 방향을 올바르게 안내하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

류진 < 풍산 회장·ABAC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