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미트 "러 스콜코보는 차세대 실리콘밸리"

MSㆍGE 등 대규모 투자ㆍ연구단지 입주…배럿 인텔회장 등 IT전문가도 잇단 영입
"러시아 스콜코보가 제2의 실리콘밸리가 될 것이다. "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말이다. 그는 13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러시아는 IT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뛰어난 인재들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 IT산업이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미 경제주간지 포브스는 "러시아가 최근 모스크바 인근의 스콜코보에 첨단기술단지를 설립해 '실리콘미르(mir · 공동체)'를 조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세계적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러시아는 스콜코보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에너지 산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개선하고 IT 산업을 새로운 발전동력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MS 등 유명 기업들 대규모 투자

러시아 정부는 2015년까지 정보통신,원자력 기술,생의학 부문의 연구시설을 스콜코보 단지에 설립할 계획이다. 투자 금액은 총 40억달러에 달한다. 스콜코보 프로젝트에는 현재 세계적 기업들이 잇따라 투자의사를 밝히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이곳에 입주할 러시아 IT 업체 스피레오에 10만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MS는 또 "스콜코보 센터 설립에도 공동으로 참여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소프트웨어 분야가 가장 크게 성장할 시장"이라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시스코도 앞으로 10년간 10억달러를 투자해 러시아를 새로운 연구개발의 기지로 삼기로 했다. 제너럴일렉트릭,IBM,노키아도 스콜코보 단지 안에 리서치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는 모스크바 비즈니스스쿨을 설립,인재 양성을 돕기로 했다. 이 밖에 중국의 차이나모바일,인도의 타타그룹 등도 단지에 입주할 예정이다. 세계적 기업들이 스콜코보로 몰리는 이유는 러시아 정부가 강력한 지원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스콜코보 입주기업들에 10년간 각종 세금을 감면해주기로 했다. 연 매출이 3600만달러 미만이면 소득세를 면제해 준다. 부가가치세 토지세 법인세 등도 깎아줄 계획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국가 주요 3대 정책 중 하나로 스콜코보 프로젝트를 꼽으며 "스콜코보는 러시아 혁신의 엔진"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재무부가 스콜코보 센터에 들어가는 예산을 18억달러에서 40억달러로 대폭 늘린 것도 이런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러시아는 IT 부문의 전문가들도 대거 영입하고 있다. 크레이그 배럿 인텔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스콜코보 공동의장으로 활동하기로 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인 로저 콘버그도 과학기술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한다. 콘버그 교수는 2006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지금까지 러시아는 주요 국책 사업에 외국인 인재를 영입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넥스트실리콘밸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전문가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연관산업 인프라는 부족

포브스는 "러시아는 특별경제구역을 지정해 나노기술단지와 원자력 단지를 세운 경험이 있다"며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는 만큼 스콜코보 프로젝트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제조업 등 연관산업의 인프라가 부족해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러시아의 '실리콘미르'가 실리콘밸리의 겉모양만 흉내낸다는 지적도 있다. 국가 주도의 경제 계획에 스콜코보 프로젝트를 이용할 뿐이라는 얘기다. 이들은 실리콘미르의 성공을 위해서는 각 기업의 창의적인 활동을 지원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