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태양전지 이어 LED도 '궤도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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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면분할…합병 '첫 단추'삼성전자가 삼성전기와의 합작사인 삼성LED를 합병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합병을 위한 '첫 단추'로 삼성LED 주식에 대한 액면분할을 실시한다. 합병 시점은 이르면 내달 중순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와 12월 합병할 듯…5대 신사업 잇단 차질
의료기기 분야만 '성과'
▶ 관련 기사 보기이로써 삼성그룹의 5대 신수종사업 가운데 태양전지에 이어 LED(발광다이오드) 등 두 가지 사업의 추진 주체가 중도에 바뀌게 됐다. 삼성이 이건희 회장 경영복귀 이후 야심차게 추진한 '미래 먹거리'육성 전략을 전면 재수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합병 첫 작업으로 액면분할
삼성LED는 지난 15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액면분할을 결정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액면가 5000원인 주식 1주를 액면가 500원인 주식 10주로 분할키로 했다. 액면분할은 보통 상장기업이 주식 유동성을 확보할 목적으로 실시한다. 그러나 삼성LED는 비상장사이고 외부 유통물량도 없어 주식 유동성 확보와는 거리가 멀다. 삼성LED 측은 "액면가가 500원인 동종업계와 비교해 기업가치 수준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왜 지금 시점에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가 LED를 흡수 합병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관계자는 "정확한 계획은 밝힐 수 없지만 삼성전자와 삼성LED 합병에 착수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자본시장법'과 그 하위규정인 '증권 발행 ·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상장사가 비상장사를 합병하기 위해선 합병대상이 되는 비상장사의 본질가치(자산가치+수익가치)와 상대가치를 동시에 반영해 인수주식 가치를 평가한다.
이때 상대가치는 액면가를 무시하고 유사업종 상장기업들의 주가를 그대로 사용하는데,이 경우 합병대상 비상장사의 액면가가 유사 상장기업들보다 높을 경우 상대적으로 가치를 적게 평가받는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합병을 앞둔 비상장사가 유사업종 상장기업들과 액면가를 맞춰 보다 정확하고 합리적인 상대가치를 계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번 액면분할은 삼성전자가 삼성LED 합병을 위해 삼성전기 보유주식을 사들이기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분석했다.
삼성LED는 전자와 전기로부터 한 달간 구주(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를 회수한 뒤 다음달 23일께 신주(액면가 500원짜리 주식)를 교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달 중순께 합병이 이뤄질 것이란 게 삼성 내부의 관측이다.
◆5대 신수종사업 전면 재조정하나삼성전자가 삼성LED를 흡수 합병하려는 것은 LED 업황 부진 탓에 별도 회사를 둘 경우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삼성LED는 작년 1조3000억원인 매출이 올해 거의 늘지 않았고,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다. 게다가 LED조명이 중기적합업종에 포함되면서 성장 한계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LED 흡수합병 결정으로 삼성그룹이 추진하는 5대 신수종사업은 다시 한번 차질을 빚게 됐다. 삼성은 작년 5월 △자동차용 2차전지 △태양전지 △LED △바이오 · 제약 △의료기기 등 5개 분야에 23조원을 투입,2020년까지 매출 50조원을 올린다는 전략을 내놨다. 그러나 지난 5월 삼성전자가 맡던 태양전지 사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삼성SDI로 넘겼다. 삼성SDI가 맡은 뒤에도 태양전지 사업은 지난 3분기에 300억원 안팎의 손실을 내는 등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 · 제약과 자동차용 2차전지 분야 실적도 미미하다.
그나마 속도를 내는 분야는 의료기기다. 삼성전자는 작년 4월 엑스레이 장비 제조업체 ㈜레이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 2월 초음파진단기 제조업체 메디슨을 인수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심장질환 검사기기를 만드는 미국 넥서스의 의료기기 사업부문(ITC넥서스 홀딩컴퍼니)을 인수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신수종사업에 대한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연말 정기인사 때 이런 고민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태명/이상열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