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공사대금 23억 반납하라" 국가가 민간 상대 중재신청…왜?

준설토 운반거리 멀어져 대금 계산 시공사와 마찰
갈등에도 대금 先지급 '논란'…유사사례 더 나올 수도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4대강 사업 중 한 곳인 낙동강 14공구를 담당하는 시공사 D건설을 상대로 과다 지급한 공사대금 23억원을 반납하라며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했다고 16일 밝혔다. D건설이 강바닥에서 준설한 토사를 보관 장소인 사토장까지 운반해야 하는데 당초 예상보다 운반거리가 0.4~2㎞ 멀어진 게 발단이 됐다. 운반거리가 달라졌으니 단가와 공사대금 계산을 다시 해야 하는데 계산 방식을 놓고 양측의 견해가 대립한 것이다. 상사중재는 민간업체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하는 게 일반적이어서 이번 일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국가가 왜 중재를 신청했나낙동강 14공구 공사는 사업추진 과정에서 두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첫째는 왜 입찰 당시부터 설계변경을 전제로 계약서를 작성했느냐 하는 점이다. 부산청 관계자는 "준설토를 농어촌공사의 리모델링 사업에 쓰거나 현장에서 매각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보상이 지연되고 입찰이 유찰되는 등 변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계약서를 작성할 때부터 설계변경을 반영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4대강 공사를 급하게 추진하려다 생긴 일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입찰 당시에는 상세설계를 못해 물량 예측이 빗나갈 공산이 컸다"는 다른 부산청 관계자의 고백은 이를 뒷받침한다.

공사대금을 선지급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 중재전문 변호사는 "국가 계약의 경우 기성고를 보고 대금을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며,더구나 공사대금 계산 방식에 다툼이 있을 때 국가예산을 먼저 지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산청 측은 "공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금 지급을 보류하면 하도급업체가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해명했다. 소송 대신 중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과다 지급된) 차액을 환수해 4대강 사업비로 연내 재투자하기 위해 2,3년 걸릴 수 있는 소송 대신 조기 회수가 가능한 중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중재 결과 다음달 초에 나올 예정

중재는 부산청이 유리한 입장이다. 부산청과 계약할 때의 조건으로 공사대금을 계산하는 것이 맞다는 조달청의 유권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재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에는 이르다.

핵심 쟁점은 운반거리 증가에 대한 공사대금 계산 방식이다. 부산청은 "계약서에 설계변경을 감안해 공사대금을 계산했고,D건설도 계약 체결 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부산청은 설계변경 당시의 단가(운반시간)에 낙찰률(61.2%)을 곱해 수정하기로 한 당초 계약에 따라 공사대금 254억원을 산출했다. 이에 대해 D건설은 계약서의 부당성을 제기하며 국가계약법(65조3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즉 설계단가와 낙찰단가 범위 내에서 계약당사자 간 협의로 단가를 결정하되,협의가 안 될 경우 이 둘의 중간값을 단가로 정하도록 돼 있다.

D건설이 계산한 공사대금은 323억원이다. 부산청은 공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D건설 측 계산 방식대로 우선 공사대금을 일부 지급했으며 이 중 과다 지급분 23억원의 반환중재를 신청했다.

부산청에 따르면 이런 사례가 14공구 외에 경남지역 4곳에도 있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재 결과는 12월 초 나올 예정이다.
◆ 중재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분쟁에 관한 판단을 법원이 아닌 대한상사중재원 같은 중재기관이나 중재인에게 맡겨 조속히 해결하는 제도.대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어 판정에 항소할 수 없다. 판정을 집행하기 위해선 법원에서 집행판결을 받아야 한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