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만 내다오"…벤처 '氣 살리기 경영'

김낙훈의 현장속으로

근무 시간에 당구 치고 영화 보고…
포스포, 목요일마다 이벤트…엔써즈는 저녁에 '친목 포커'…코텍, 전직원 하와이 여행 약속
광주광역시의 한 배드민턴장.'얍~얍~'하는 기합소리와 '파이팅'하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매주 목요일 오후 4시가 되면 이곳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 포스포의 백미영 주임이다. 광주 첨단산업단지에 있는 포스포(공동대표 박승혁 · 윤호신)에서 일하는 백 주임은 목요일마다 동료들과 함께 이곳을 찾는다. 2시간 동안 운동하다 보면 땀에 흠뻑 젖는다. 그는 배드민턴 사내동아리 회원이다. 같은 시간 몇몇 직원들은 영화를 보러 간다. 매주 한 편의 영화를 보다보니 최신 영화는 거의 섭렵했다. 일부 종업원들은 당구장으로,일부는 볼링장으로 향한다.

도대체 근무시간에 무엇을 하는 걸까. 태업을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 이 회사는 직원들에게 즐거운 직장을 만들어주기 위해 이런 행사를 실시한다. 피로가 쌓일 만한 목요일 오후에 신나는 이벤트를 실시하는 것이다. 복도에는 이런 행사 사진이 붙어있다. 마치 대학 동아리 사진 같다. 회사 건물 2층에는 호텔급 기숙사가 있다. 넓은 방에 샤워시설 침대 TV 등이 갖춰져 있고 간단한 주방시설도 갖추고 있다. 모든 직원들은 하루 세끼를 무료로 회사에서 먹을 수 있다. 이런 배려를 해주다보니 직원들의 사기가 높다. 작지만 세계적인 기술력을 지닌 업체라는 자부심도 스며있다. 이 회사는 LED형광체(백라이트 유닛 및 조명등 용)를 국내 처음으로 양산하고 있다. 대덕에 있는 한국화학연구소에서 한솥밥을 먹던 박승혁 윤호신 공동대표가 2003년 설립한 이 회사는 직원이 45명에 불과하지만 창업한 지 7년 만인 지난해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이 지역 광(光)산업 대표 벤처기업으로 떠올랐다. 이 회사처럼 벤처 기업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로 직원 기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서울 용산우체국 부근에 있는 엔써즈(대표 김길연)에 근무하는 김주연 팀장은 월요일에 출근하는게 즐겁다. 저녁에 포커를 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월요일 저녁 8시부터 지하 카페에 포커판을 개설한다. 단합과 소통을 위한 오락이다. 이곳에서 맥주나 차를 마시면서 포커를 즐긴다. 직장 동료는 물론 외부 손님도 초대된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친교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 회사의 종업원은 미국 프랑스 인도 등 7개국 사람들로 이뤄져 있다. 창업 당시부터 글로벌화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포커는 이들과의 친교에도 도움이 된다.

엔써즈는 출 · 퇴근도 자유롭다. 김길연 대표는 "출 · 퇴근은 아무도 체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알아서 일하고 퇴근하라는 게 김 대표의 방침이다. 그는 "대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서 일할 수 있는 사람만을 뽑는다"고 덧붙인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KAIST에서 같은 분야로 석사학위를 받은 김 대표가 2007년 창업한 엔써즈는 동영상검색 기술을 바탕으로 이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업체다. 핵심기술은 '동영상 핑거프린팅(Video Fingerprinting)'이다. 이 기술은 동영상을 1초당 4~5개의 프레임으로 나눠 각각의 특징을 추출 분석한 다음 다른 동영상과 비교해 원본이 같은 동영상을 자동으로 찾아준다. 인천 송도의 카지노용 모니터업체 코텍(대표 이한구) 직원들은 5년 뒤 하와이 여행의 꿈을 갖고 있다. 연간 1억달러가량의 모니터를 수출하는 이 회사는 지난 3월 말 전세기 2대를 대절해 전 직원 200명에게 마카오 여행을 시켜줬다. 그 뒤 이한구 대표는 5년 뒤 전 직원 하와이 여행을 약속했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