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일자리 中·베트남 인력이 급속 잠식

기획취재 - 국내 IT인력기반 붕괴 우려

月 150만원…내국인은 취업난에도 기피
정보기술(IT) · 소프트웨어 업계의 개발자 일자리가 중국 베트남 등에서 건너온 인력들로 급속히 넘어가고 있다. 중소 IT업계가 대졸 구직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임금을 제시하기 어려운 데다 인력 풀(pool) 자체도 작기 때문이다. 스마트 · 모바일 산업 성장으로 일감은 넘쳐나지만 고용시장의 '미스 매칭'으로 청년실업을 해소하는 데는 별 도움이 안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개발인력들이 경험과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됨으로써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인적 기반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7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외국인 전문인력에게 발급하는 E-7 비자를 통해 입국한 중국인과 베트남인은 각각 6325명,369명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중국인은 31.4%,베트남인은 51.2% 증가한 수준이다. E-7 비자는 현지에서 학사 이상의 과정을 이수해야 받을 수 있다. 이들을 모두 소프트웨어 인력으로 볼 수 없지만 지난해부터 정보통신 분야 인력난이 심해진 데다 실제 업계에 유입되는 외국인 인력이 크게 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수가 개발자 인력들로 추정된다. 대개 초급 개발자로 일을 시작하는 인력의 월 급여는 150만원 안팎이다. 이 수준의 임금은 한국에서 취업난과 구인난이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분기점이다. 대졸자들은 낮은 급여 때문에 취업을 꺼린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대졸 신입사원의 월 평균급여는 대기업의 경우 289만원,중소기업은 189만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기업과 하청-재하청 구조로 묶여 원가 인하 압력을 많이 받고 있는 중소 IT업체들은 값싼 개발인력들을 구하기 위해 외국인 고용비중을 늘려갈 수밖에 없다.

업계는 이 같은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 청년들의 일자리 감소는 물론,국내 IT · 소프트웨어 업계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명화 소프트웨어개발협동조합 이사장은 "1~2년 경력의 초급 개발자들이 외국인으로 대체되면 몇 년 지나서 쓸 만한 한국인 개발자들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