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度 넘은 SNS 괴담' 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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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떠도는 가짜 이야기들 사회적 모순·개선책 간과…실명제 등 소통방식 보완을"'강호동 자택에서 숨쉰 채 발견'(?),이건희 삼성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망설,이효리 등 유명 연예인의 사망설이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이뿐이 아니다. 최근 디지털 매체를 통해 퍼지는 괴담은 장난 수준이 아니다. 전남 순천에서 장기적출을 위한 인신매매가 성행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사례들이 난무해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최혜실 < 경희대 국어국문학 교수 >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일부 학자들은 사이버 민주주의라는 희망찬 미래를 예견했고 인터넷이 그동안 순기능을 해 온 것도 사실이다. 신문이나 방송 등은 제작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실시간이 될 수가 없고 일방향적이어서 수신자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제도 속에 있기 때문에 일정한 통제가 있을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한 소통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면서 그 영역을 확보해왔다. 그러나 최근 사이버 공간의 언어폭력,인신공격,민심불안은 도를 넘은 감이 있다. 그 이유로 익명성,빛의 속도로 전해지는 인터넷의 특징 등이 거론되지만 더 큰 이유로 '이야기체' 정보소통 방식의 문제점을 들 수 있겠다.
이야기 구조는 인간이 정보를 저장하는 마음의 장치와 구조가 같다. 우리는 기억 속에 정보를 사전처럼 가나다 순으로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의 맥락 속에 저장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아느냐고 물었을 때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처음 만났을 때의 일화를 이야기해주면 그 상황 속에서 그 사람의 이름이 떠오르게 된다. 그 이유는 정보가 우리의 기억속에 사전식으로 배열되지 않고 기억된 이야기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의 뇌리에 자연스럽게 각인되는 소통방식으로 이야기체가 각광을 받게 되었다.
이야기의 3요소는 사건,배경,인물이다. 구체적인 시공간 속에서 구체적인 인물이 만들어낸 사건이 들어가야 한다. '학벌중심사회 타파'를 이야기체로 바꾼 경우가 '서울대 죽이기'이다. 추상적이고 도덕적인 이야기가 서울대라는 구체적인 캐릭터를 만나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게 되고 사람들은 아주 구체적인 공격대상을 만나 쉽게 공분을 일으키고 이슈를 만들게 된다. 구체적인 인물이 등장하게 되니 아무래도 실재하는 유명인이 훨씬 주목을 받는다. 최근 사람들이 공인이라는 이름하에 특정인의 실수를 가혹하게 재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그 사람을 공격하는데 집중함으로써 그 사건이 주는 사회적 모순과 시정해야 할 점 등 차분하게 우리의 발전을 위해 주목해야 할 부분들이 오히려 간과되어 버린다. 특정인을 매도함으로써 마치 정의가 이루어진 듯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 뿐인가? 근대 이후 확산된 이야기 장르인 소설(fiction) 덕분에 허구적 속성에 길들여진 사람은 평소 관심있던 유명인들을 캐릭터로 해서 상상속의 사건을 쉽게 접근 가능한 SNS 등을 통해 부담없이 꾸며낸다. 이야기가 지니는 형식적 특성들이 담론구조를 지배한 나머지 정확하게 전달되어야 할 메시지가 왜곡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사람들이 모여 흥미있는 담론을 형성하며 공동체 의식을 형성할 때,이야기만큼 좋은 소통체계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형식이 디지털 매체와 접목될 때 일어나는 이 엄청난 부작용을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디지털 매체와 너무 궁합이 잘 맞아 탈인 스토리텔링은 이제 하루빨리 매체에 맞게 보완되어야 한다. 디지털 언어는 발설과 동시에 사라지는 말과 다르다. 파급력이 종래 입담 수준의 소문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당연히 책임이 따르게 된다. 이제 실명제와 매체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언어사용법,체계적인 규제책 마련이 언론의 자유 위협보다 더 중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최혜실 < 경희대 국어국문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