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포스코 회장 "CJ 대한통운 인수價 어필 안 해…이례적 일이지만 이미 끝난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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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업들 모두 힘든 시기…서로 착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나정준양 포스코 회장(사진)은 "(CJ가 대한통운 인수가를 10% 깎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긴 하지만 현재로선 법적소송 등 강한 어필을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최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기자와 만나 "매각주관사 등이 합리적으로 따져보고 결정하지 않았겠느냐"며 "이미 끝난 게임"이라는 뜻을 밝혔다. CJ그룹은 최근 대한통운 인수가격을 지난 6월 본입찰 때 제시한 주당 21만5000원보다 10% 정도(손해배상한도 7%를 모두 인정받을 경우) 낮은 19만3500원으로 하기로 금호아시아나그룹 및 매각주관사 등과 잠정 합의했다. 본입찰 당시 경쟁자였던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이 제시한 가격(주당 19만1500원)보다 불과 2000원 높은 수준이다.
때문에 재계 한쪽에서는 포스코가 CJ의 대한통운 인수가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CJ의 인수가격이 포스코 컨소시엄의 제시액과 주당 2000원 차이로 좁혀지면서 애초 이 정도 가격이었으면 우선협상자 선정이 뒤바뀔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포스코의 후속 대응에 관심이 모아졌다. 포스코는 그동안 CJ의 대한통운 인수가격 추가 조정에 대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보였다.
하지만 정 회장이 직접 "대한통운 인수가격이 포스코 컨소시엄 제시 가격인 주당 19만1500원 이하로 내려가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그렇지 않기 때문에 무리하게 소송 등을 통해 이의제기를 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논란은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의외로 소극적인 대응인 것 같다'는 물음엔 "요즘은 기업들 모두가 힘든 시기"라며 "서로 함께 착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산업은행 M&A실과 노무라증권 등 매각주관사 측은 조만간 대한통운 인수가격 할인과 관련해 양해를 구하는 공문을 포스코 컨소시엄 측에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주관사 측은 이미 대한통운 인수가격 추가 조정에 대한 법적 검토작업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선 포스코가 정부 또는 기업 간에 잡음이나 갈등을 만들길 꺼리는 기업문화를 갖고 있어 공식적인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투자 규모를 줄이는 등 보수적 경영을 꾀하는 회사 분위기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CJ가 인수하는 대한통운 지분 규모는 아시아나항공(18.98%)과 대우건설(18.62%) 보유 지분 37.62%(858만1444주)와 롯데쇼핑,효성 등 전략적 투자자(SI)들의 동반매도권(tagalong) 행사 지분 2.54%를 모두 합쳐 총 916만2622주(40.16%)가 됐다. CJ는 SI들이 내놓는 지분을 주당 20만8550원에 사들일 예정이다.
장창민/강유현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