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으론 부자 못된다고? 장하준 주장 근거 빈약"

서강대 경제대학원 추계 경제정책 세미나
〈사다리 걷어차기〉와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저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와 〈화폐전쟁〉을 쓴 중국의 쑹훙빙 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중적인 인기를 모은 경제학자들에 대한 비판이 학계에서 제기됐다.이들의 저서가 경제위기로 악화된 대중의 마음을 달래줄 뿐 시장경제에 대한 잘못된 설명으로 대중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19일 서강대 경제대학원 주최로 열린 ‘시장경제에 대한 오해와 이해’세미나에서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장 교수가 저서를 통해 일관되게 ‘자유무역,자유시장 정책을 사용해 부자가 된 나라는 과거에도 거의 없었고 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의 개수가 충분하지 않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송 교수는 “예컨대 장 교수는 신자유주의가 태동한 1980년대 이후 개발도상국들의 성장률이 떨어진 것을 자유무역 실패의 증거로 들고 있는데 통계학적인 오류가 심각하다”며 “당시 성장률 감소는 선진국과 자유무역을 하지 않는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했고 개발도상국 대부분이 무역자유화를 선택한 것은 1980년대 후반이었다”고 설명했다.남주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쑹훙빙이 〈화폐전쟁〉에서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이 대형금융재벌의 음모론 때문이며 이들이 자산가격 버블을 조장해 폭리를 취했다’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며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은 인간의 탐욕과 망각이었다”고 강조했다.그는 “인간의 본능은 경제정책으로 고치기 어렵기 때문에 금융위기는 10년이나 20년에 걸쳐 주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과거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등의 사례를 볼 때 신용팽창이 일어나고 경제 호황의 중심이 된 국가를 중심으로 금융위기가 일어났다”고 말했다.그는 “다음 버블은 중국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상학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여러 차례의 위기를 거치면서 ‘시장경제가 잘못됐다’고 여기는 대중의 궁금증에 대해 주류 경제학이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해 시장경제에 대한 오해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찬반 토론을 했다.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선 월마트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파산하고 최저임금 노동자가 많아지는 등 지역 경제가 망가지고 있다”며 “한·미 FTA가 시행되면 미국식 제도를 받아들인 데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은 “월마트가 비용을 줄인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가 미국 경제에 ‘월마트 효과’가 생겼다”며 “자유무역으로 매년 5000만명의 중산층이 중국과 인도에서 생기고 가난했던 나라들이 부자 나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반박했다.이날 토론 사회자로 나선 진념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전 경제부총리)도 “문화 개방으로 한국 대중가요가 무한경쟁을 통해 ‘K-POP’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며 “문을 닫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남주하 교수는 “완전한 시장도 없고 완전한 정부도 없다는 시각으로 보수와 진보 모두 양보와 타협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