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我專敵分(아전적분 : 아군은 모으고 적은 분산)'

아시아 끌어안아 中을 고립시킨다

TPP에 일본 끌어들이고 親中 미얀마에 클린턴 보내
동아시아 정상회의에도 美대통령으론 처음 참석
지난 12~19일 8일 동안 보여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잇따른 행보와 일관된 메시지는 중국 견제였다. 그는 중국의 주변국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면서 중국을 포위하는 아시아 · 태평양지역 경제 · 외교안보 전략을 사용했다. 미국의 '신(新) 손자병법'이라고 할 만했다.

오바마는 미국이 의장국 자격으로 하와이에서 개최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통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추동력을 확보했다.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을 TPP에 끌어들인 것이다. 반면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은 TPP에 초청하지 않았다. 이어 오바마는 호주로 날아가 2500명의 미 해병대를 주둔시키겠다고 밝혔다. 필리핀과는 해군력 강화 지원을 약속했다. 19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는 미국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참석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다음달 미얀마를 방문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친(親) 중국 국가인 미얀마는 중국이 인도양으로 진출하는 관문이다. 미 국무장관의 미얀마 방문은 56년 만에 처음이다. 오바마는 인도네시아에도 F-16 C/D 전투기 24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와 블룸버그 등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 태평양지역 개입과 중국 포위전략이 중국을 화들짝 놀라게 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EAS에서 중국의 반응이 적나라하게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호주 등 EAS 18개국 가운데 캄보디아와 미얀마만 뺀 참가국들은 한목소리로 남중국해 문제를 다자간 틀로 해결할 것을 주장했다. 중국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국가들은 유전지역인 남중국해를 놓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급기야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19일 발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직접 만났다. 중국이 그동안 분쟁국가와의 각개격파식 해결을 고수했으나 원 총리가 이런 주장을 되풀이하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임기 전반 중동문제의 집중 개입에서 벗어나 아시아 · 태평양지역에 대한 개입을 확대하는 오바마와 미국의 힘을 활용하려는 동남아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중국의 급성장이 상대적으로 미국의 영향력을 줄어들게 할 수도 있지만 미국의 영향력을 더욱 커지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급성장과 패권을 두려워한 국가들이 세력 균형을 위해 미국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새로운 아시아 · 태평양 정책이 중국에 국제사회 규범 준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바마는 "미국이 중국을 두려워하거나 봉쇄한다는 인식은 오해"라면서도 "급부상하는 중국이 보다 많은 책임감을 갖고 국제사회 규범을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