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소 독립운영 중요…한전에 기능 통합은 퇴보"

'정전사태 방지 위한 전력시장 운영' 좌담회

스마트그리드 구축 서둘러야…전기요금 체계 전면 개편을

여름철보다 겨울철 전기사용량이 최근 몇 년 사이 많아져 동절기 전력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전력대란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한국전력과 한국전력거래소 통합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전력의 생산과 송전 판매를 통합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한편에서는 차세대 전력망인 스마트그리드를 조기 도입해 전기 사용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정전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전력시장 운영 및 규제'라는 주제로 국내외 전문가들과 함께 좌담회를 가졌다. 이학영 한국경제신문 부국장이 사회를 맡았고 조지 바스콘세로스(Jorge Vasconcelos) 전 유럽에너지규제위원회(CEER) 위원장,미셸 오고네 프랑스 국제 대(大)전력망 기술협의회(CIGRE) 의장,마크 스피처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위원,피터 프레이저 캐나다 온타리오 에너지위원회 규제정책 국장,김현숙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박수훈 민간발전협회 부회장,신정식 건국대 석좌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패널들은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와 전력거래소가 16~18일 진행했던 제2회 코리아 스마트그리드 주간 행사에 참석차 방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전력거래소의 계통기능이 독립적으로 운용돼야 한다는 점에 의견이 일치했다. 계통기능이란 전국의 발전소가 생산할 발전량을 지시하고 각 송 · 배선망에 얼마만큼씩 전기를 전달할 것인지 결정하는 역할을 뜻한다.

박 부회장은 "국내 전기 생산량의 90%는 한전의 5개 발전 자회사(한국수력원자력,남동 · 동서 · 중부 · 서부 · 남부 발전소)가 책임지고 있으며 나머지 10%는 민간 발전회사가 담당하고 있다"며 "한전이 발전량 결정권까지 가져가면 자신의 발전자회사들에 발전량을 몰아줄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바스콘세로스 전 위원장도 "유럽에선 2003년부터 계통운영 담당기관이 전기 판매회사와 발전회사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했다. 스피처 위원은 "전기의 합리적 가격 책정을 위해선 발전사들의 경쟁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전력거래소의 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스마트그리드 구축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프레이저 국장은 "온타리오에서도 2003년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고 그 이후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지난해 거의 모든 소비자에게 스마트미터(실시간 전력량계)를 보급했다"설명했다. 그 결과 피크시간대에 집중되던 전력소비량이 분산됐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 교수는 "전기도 생산원가가 있는 만큼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돼야 하는데 사람들은 무한정 공급받을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고네 의장은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기 어렵다면 전기소비량이 가장 많은 시간에만 적용할 수 있는 피크요금제라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 스마트그리드

Smart Grid.기존의 전력망(grid)에 정보기술(IT)을 접목시켜 실시간으로 전기사용 정보를 파악하고 에너지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전력망.스마트그리드가 구축되면 소비자들도 시간대별 전기사용량을 알 수 있어 지금보다 효과적으로 절전할 수 있다.

정리=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