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니셔티브' 영남대] 이승한·석호익·이채욱…쟁쟁한 'CEO 사관학교'

영남대는 1947년 개교 이래 64년간 19만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긴 역사만큼 사회 각계각층에 다양한 명사 동문들이 퍼져 있다.

영남대 동문들이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말 중 하나가 ‘대한민국 산업발전사’는 영남대가 일궈냈다는 말이다. 산업계에서 영남대인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는 점을 대변해주고 있는 셈이다.◆CEO 배출 사관학교

재계에서는 산업ㆍ증권ㆍ금융 등 각 파트마다 영남대 인맥들이 요직을 두루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승한 홈플러스그룹 회장(66ㆍ경영), 석호익 KT 부회장(71ㆍ경영),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66ㆍ경제), 박오규 삼성BP화학 사장(73ㆍ경영), 하춘수 대구은행장(72ㆍ경영)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삼성그룹 제일모직 공채부터 시작해 삼성물산(유통 부문) 대표를 지낸 이승한 회장은 유통 분야 리더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행시 21회 출신의 석 부회장은 서울체신청장,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 등을 역임한 뒤 지난해부터 KT에서 활약하고 있는 정보기술(IT) 전문가다. 건설업계에도 건축과와 토목과 인맥이 다양하게 뻗어 있다. 영남대의 전신인 청구대 건축과가 지방에서 높은 인기를 끌면서 뛰어난 인재가 몰렸던 까닭이다. 구임식 대우건설 전무(72ㆍ토목), 황규복 SK임업 토목사업 부문 부사장(72ㆍ토목), 임교상 삼성테스코 점포건설본부장(77ㆍ건축) 등이 지역 건설업계의 큰 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영남대 재계 파워 인맥의 핵심은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에 이르는 학번들이 주축을 이룬다. 이들은 당시 서울의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지방의 명문 사립대를 선택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영남대를 선택했다. 지역에서 터전을 닦은 이들은 지금 우리 사회의 핵심 계층을 이루는 나이대로 성장했으며 이들을 중심으로 한 영남대 인맥지도는 견고함을 더해가고 있다.

지난 7월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어치가 국내 1000대 상장사(매출 기준) 최고경영자(CEO) 1248명의 출신 대학과 전공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영남대는 CEO 27명을 배출해 비수도권 대학으로서는 전국 1위, 전국 대학 가운데는 8위를 차지했다. 영남대 출신 CEO로는 박건현 신세계 백화점 부문 대표(경영 75학번), 이관훈 CJ 대표(정치외교 76학번), 이석문 서울도시가스 대표(경영 69학번), 김만열 한국철강 대표(정치 61학번), 김해관 동원F&B 사장(경영 69학번), 하종환 한국쉘석유 대표(법학 72학번) 등이 있다. 단일 학과로 비수도권대에서 가장 많은 CEO를 배출한 곳은 영남대 경영학과다. 김효일(상신브레이크) 이봉원(엘앤에프) 김문기(세원물산) 윤동한(한국콜마) 박건현(신세계백화점부문) 이석문(서울도시가스) 김해관(동원F&B) 이형국(삼익악기) 등 8명이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국내 대표 유통업계인 홈플러스 이승한 회장도 상장기업이 아니라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영남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4대 그룹 주요 계열사 전무ㆍ상무ㆍ이사 등 임원의 출신 대학 조사에서도 영남대는 전국 10위, 지방 사립대 1위다.

공기업 부문에서도 영남대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을 6년 연속 세계 1위 권좌에 오르도록 한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법학 64학번), 대한송유관공사 대표를 역임한 최광식 한국도심공항 대표(경영 73학번), 한국전력 산하 발전 3사 가운데 장도수 남동발전 사장(전기공학 70학번)과 이길구 동서발전 사장(경영 69학번) 등이 모두 영남대 동문이다. 송종호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전기 75), 엄홍우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식품가공 69), 남효채 한국지역진흥재단 이사장(행정 70), 김종성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법학 72), 임인배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법학 75), 김광원 한국마사회 회장(도시계획 60) 등도 공기업 CEO로 영남대 파워 인맥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정·관계에도 빼곡한 영남인

영남대 정치권 인맥의 핵심에는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과 주호영 전 특임장관, 최경환 전 지식경제부 장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행정학과 68학번인 전 장관은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을 거쳐 장관까지 지낸 유력 여성 정치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법학과 78학번인 주 장관은 이명박 정부 최초의 40대 장관으로 영남대 정치권 인맥의 중심에 있었다. 최 전 장관은 연세대 출신이지만 2006년 영남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해 영남대 동문록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법학과 49학번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영남대 인맥의 고문으로서 정치권 거목으로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으로 김광림(69ㆍ경제)ㆍ김성조(76ㆍ화학공)ㆍ이명규(73ㆍ법학) 한나라당 의원과 전혜숙(73ㆍ약학)ㆍ서갑원(최고경영자과정) 민주당 의원 등 18명이 정치권에 포진해 있다.

영남대 파워는 정부 각 부처와 지자체에서도 촘촘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행정 77학번)을 필두로 국세청 수장에 오른 이현동 국세청장(행정 76학번), 최종태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장(장관급ㆍ상학 57학번), 김화동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상임위원(차관급ㆍ법학 76학번), 오경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행정 78학번), 김석기 오사카 전 총영사(행정 71학번) 등도 영남대 출신이다.

지자체장은 주로 TK 지역에 몰려 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65ㆍ경제)가 지난해 6ㆍ2지자체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으며 김범일 대구광역시장(최고경영자과정)도 재선 고지에 올랐다. 우동기 대구광역시 교육감(72ㆍ행정)과 신현국 문경시장(70ㆍ식품가공), 권영세 안동시장(72ㆍ법학) 등이 영남대 출신 주요 지자체장으로 지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김원일 한국현대문학관 관장(국문 63학번)과 김장실 예술의전당 사장(행정 75학번),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병원 원장(의학 83학번), 가요계의 만능 재주꾼으로 불리는 이한철(정치외교 91학번) 등을 들 수 있다.

대구=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