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정감축 합의 실패…국내증시 영향은?

미국 재정감축안 마련을 위해 구성된 슈퍼위원회의 합의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면서 정책 리스크가 또 다시 부각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부채한도 증액이 결렬될 것이란 우려보다 선진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국의 민주, 공화 양당 의원 각 6명으로 구성된 슈퍼위원회는 재정적자 감축안 합의에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의 활동 시한은 오는 23일 자정까지지만 마감 48시간 전에 합의안을 공개해야 한다는 규칙 때문에 사실상 21일 자정이 마감 시한이다.이번 합의가 무산될 경우 추가적인 재정감축이나 부채한도 확대 없이 2013년 1월부터 2021년까지 1조2000억달러 규모의 재정 감축이 자동적으로 시행된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민주당은 부자들의 세금 인상을, 공화당은 증세 없는 재정지출 삭감을 주장하고 있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2013년부터 국방비와 의료비를 중심으로 기존에 마련된 재정감축안은 자동으로 시행되며 재정 감축안을 재협상할 시간적인 여유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신용평가사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미국 은행 업종의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도 결국 은행 업종 리스크에 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지난 8월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무디스는 미국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제시했고, 피치도 최근 미국 신용등급하향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실제로 프랑스와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당하지 않더라도 당분간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글로벌 증시를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위험자산 투자에 대한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번 사건이 추가적인 미국 신용등급 하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여파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 재정긴축 합의에 대한 슈퍼위원회의 합의 도출이 실패되거나 지연될 것이란 우려는 미국 신용등급하향과 직결되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지 않는다면 증시 하락의 결정적인 변수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용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 슈퍼위원회가 합의문을 발표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신용등급이 추가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은 낮고 시장 충격도 제한적일 것"이라며 "합의에 대한 미국 시장 참여자들과 신용평가사들의 기대가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정 연구원은 "이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넓은 이념 간극과 그 동안의 행적을 보면 쉽게 이해되는 부분"이라며 "또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2013년부터 1조2000억달러의 지출 감소와 부채한도 확대가 이루어지는 만큼 당장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