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ㆍ체코까지…'東進'하는 유럽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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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IMF 구제금융 요청…폴란드ㆍ체코 증시 동반 하락남유럽 재정위기의 충격파가 동유럽까지 번지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번진 그리스발 연쇄 재정위기를 치유해 보기도 전에 동유럽의 '취약지대' 헝가리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나섰다. 오스트리아 금융감독 당국은 동유럽 지역에 대한 대출을 전격 금지했다.
물린 돈 많은 오스트리아 비상…스페인 단기금리 그리스 추월
스페인의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안정되지 않고 일본 대형 펀드들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채를 집중 매도하는 등 불안은 이어지고 있다.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SOS'신호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동유럽에도 잇단 빨간불
로이터통신 등은 21일 "포린트화 가치가 급락하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헝가리 정부가 EU와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IMF는 성명을 통해 "헝가리 정부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예방적 성격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헝가리 정부는 IMF에 신축적 신용공여(FLC) 프로그램 집행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LC'는 재정위기국에 실시하는 구제금융과 달리 IMF가 경제적 기반이 건전한 국가에 선제적으로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헝가리의 희망대로 IMF가 헝가리에 'FLC 프로그램'을 시행할지는 미지수다. 헝가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82%로 수치상으로는 양호하지만 각종 국가통계의 투명성이 의심받고 있다. 이미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헝가리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해왔고 EU집행위원회는 헝가리에 내년 1월까지 외화차입 대출과 관련된 대책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날 10년물 헝가리 국채금리는 한 달 전에 비해 1.11%포인트나 오른 연 8.74%를 기록했다.
헝가리 충격으로 체코 세르비아 등의 증시가 큰 폭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체코는 연초 대비 시가총액이 29.4%나 줄어들었다. 헝가리(-27.5%) 슬로베니아(-26.2%) 리투아니아(-24.9%) 세르비아(-17.5%) 증시도 시가총액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동유럽 불안이 커지면서 이 지역 대출이 많은 오스트리아에도 비상이 걸렸다. 오스트리아 중앙은행은 동유럽지역 대출이 많은 자국 은행들에 "오스트리아 GDP보다 많은 금액을 이미 빌려줬다"며 추가 대출을 금지했다. ◆스페인 단기금리 패닉 수준
스페인의 단기국채 낙찰금리는 한 달 새 두 배 이상 뛰어 그리스를 추월했다. 22일 실시된 스페인의 3개월 만기 국채 입찰에서 낙찰금리는 5.11%를 기록했다. 불과 한 달 전 실시된 입찰에서 낙찰된 금리 2.3%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지난주 그리스가 실시했던 13주 만기 국채의 낙찰금리인 4.63%보다 높다. 포르투갈의 3개월물 국채 낙찰금리인 4.895%보다도 높았다.
JP모건체이스의 지안루카 샐포드 금리 전략가는 "금리가 이처럼 상승하면 일반적으로 새로운 수요가 생기게 마련인데 현재 스페인의 경우 오히려 투자자들을 공포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