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아ㆍ태 경제전쟁 시작됐다

일본은 환태평양 협력 추진, 중국은 동아시아 협력 제안…한국은 양측 통합 내다봐야

고상두 < 연세대 비교정치학 교수 >
일본 민주당은 2009년 선거에서 대미 자주외교,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중국을 중시하는 아시아 외교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반세기에 걸친 자민당 장기집권을 종식시켰다. 그러나 작년 가을 센카쿠 분쟁이 발발하면서 그러한 외교노선이 반전됐다. 당시 일본 순시선과 중국어선의 충돌 사건이 국력 대결로 발전했는데,중국은 자국선장의 석방을 요구하면서 희토류의 대일 수출을 금지했다. 일본은 2주 만에 굴복했다.

센카쿠 분쟁으로 일본은 미 · 일동맹의 가치를 실감했다. 미군기지 이전이 보류되고,합동 해양군사훈련이 강화됐다. 그리고 중국의 참여가 필수적인 아시아 자유무역지대 구상을 포기했다. 대신 미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세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 때문에 경제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하와이 APEC 정상회담에서 노다 총리가 TPP 협상참여를 공식선언했다. TPP는 태평양을 둘러싸고 있는 국가끼리 무역장벽을 없애자는 내용의 약속이다. 내년까지 협상을 완료하고 2015년에 상품 서비스 지식재산권 등 모든 거래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를 제거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2006년에 싱가포르 칠레 뉴질랜드 브루나이 등 경제소국이 주도한 TPP는 2009년에 미국이 참여하고,최근 일본이 가세하면서 사실상 미 · 일 FTA 협상이 됐다.

이런 전략은 민주당의 2년 집권기간 중 세 번째 총리인 노다 총리가 던진 과감한 승부수다. 일본은 20년의 장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여파로 중국에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지위를 내줬다. 최근에는 쓰나미와 원전 사고로 큰 타격까지 받았다. 간 전 총리는 다보스포럼에서 "2011년이 일본역사상 세 번째 개혁 · 개방의 해"라고 말했다. 일본은 19세기에는 페리에 의한 개국으로,20세기에는 맥아더에 의한 개혁으로 국가혁신을 이뤘다. 21세기에는 개방으로 경제적 부흥을 꾀하고 있다.

일본의 TPP 참여 시도가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일본이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때 항상 발목을 잡은 것은 농업이었다. 농업이 일본 경제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다. 하지만 그 1%는 일본에 성스러운 영역이다. 쌀의 경우 800%의 수입관세로 보호하고 있다. TPP는 다자협정이기 때문에 여기 참여하면 농업을 보호하기 어려울 것이다. 농업시장 개방을 원하는 미국과 다수 국가가 연대해 일본에 공세를 펼 것이다. 무역규모가 미미한 다수의 협상참여국 때문에 미국과의 농업협상에서 불리해지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은 중도하차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만일 성공적으로 타협한다면,그것은 모든 참가국의 보호 이익이 반영된 최소 수준의 자유교역협정일 것이다. 세계경제 성장의 중심축인 아 · 태지역에서 자유무역을 둘러싸고 아시아주의와 태평양주의가 충돌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맺으려는 TPP에 대응해 중국이 동아시아포괄적경제파트너십(EACEP)을 제안하며 즉각 대응에 나섰다. 아세안 10개국에 한 · 중 · 일,인도,호주,뉴질랜드 등 16개국이 참여하고 미국이 배제되는 자유무역협정이다.

중화 경제권과 태평양 경제권의 대립 속에서 한국이 취할 태도는 무엇인가. 우리는 한 · 미 FTA를 양자협정으로 체결해 최대한의 맞춤형 타협 및 포괄적 개방을 이끌어냈다. 유럽 · 미국과의 자유교역 시대가 열렸다. 이제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 개방이 무조건 경쟁력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며 변화의 원동력은 내부에서 길러야 한다. 그리하여 2020년에 두 개의 경제권을 합치는 아 · 태자유무역지대(FTTAP) 구상에 대비해야 한다. FTTAP는 미국 · 일본 · 중국을 망라해 모든 국가들이 참여하는 본격적인 자유교역경쟁 시대를 열 것이다. 멀리 내다보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고상두 < 연세대 비교정치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