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가 대세…" 너도 나도 연예사업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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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기술·네오퍼플…연예업 사업목적 추가산업용 화학소재 기업인 폴리비전은 지난 16일 성인방송 사업자를 임원으로 영입한다고 공시했다. 다음달 2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신재각 아시안TV 대표를 이사로 선임하기로 한 것이다. 신 대표는 2000년대 초 인터넷 성인방송 바나나TV를 설립했으며 성인인터넷방송협회장을 지내는 등 성인물 제작 · 유통업계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폴리비전은 신 대표를 영입하며 연예인 매니지먼트,영상물 제조 및 유통을 사업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폴리비전 주가는 22일 10% 오른 2200원으로 마감했다. 해당 공시를 낸 지난 16일 이후 5일간 26.80%(465원) 상승했다.
"사업 역량 검증 안돼"…섣부른 투자 땐 낭패
YG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에 청약금 3조6000억원이 몰리는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증권업계의 주요 테마로 자리잡았다. 이 같은 투자열기에 편승,사업목적에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추가하고 관련 사업에 진출하려는 코스닥 기업들도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기업의 엔터테인먼트 분야 사업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뜬금없는 ET 진출
엔터테인먼트에 새로 발을 들여 놓은 기업들은 대부분 전혀 다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오는 30일 주주총회에서 방송프로그램제작업과 연예대행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네오퍼플은 식자재 가공업체다. 기존 식품 사업을 유지하면서 수익구조를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한류 열풍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9월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설립을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한 엔터기술은 노래방기기 제조 전문업체다. 회사 측은 "기존의 음향기기 사업이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컴퓨터를 만들면 게임 제작도 잘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얘기"라며 "사업적 연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인스M&M은 21일 주주총회에서 게임 개발 사업을 진행하기로 하고 해당 사업부서를 신설했다. 아인스M&M은 머리 손질에 이용하는 고데기와 속옷을 유통하는 회사다.
◆명망가 영입 부족한 경험 보충
새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출하는 회사들은 관련 분야의 명망가나 유명인을 경영진에 영입하는 전략을 취한다. 네오퍼플은 지난달 말 이덕요 음원제작협회장을 부회장에 선임했으며,제프리 존스 전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을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임명할 예정이다. 엔터기술은 '황마담'으로 유명한 개그맨 황승환 씨가 8월31일 최대주주에 오른 회사다. 연예기획 관련 자회사의 이름도 '황마담엔터테인먼트'다.
최근 최대주주가 교체되는 등 경영권에 변동이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네오퍼플은 15일 기존 최대주주인 피디에이에이치디가 와이드이앤엠에 지분을 153억원에 넘겼다. 아인스M&M은 소액주주들과의 경영권 분쟁 끝에 21일부터 최대주주와 2대주주의 공동경영에 들어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변동부터 신규 사업 진출까지 단기간에 불확실성이 늘어난 기업들이 많다"며 "엔터테인먼트 산업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만큼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