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의 'FTA 007작전'…본회의 4분 만에 "탕탕탕!"
입력
수정
한·미 FTA 전격 통과한나라당은 21일 밤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22일 단독 표결 처리하기로 내부 입장을 정리했다.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는 21일 밤 늦게 단독 회동을 갖고 이같이 정했다.
與 '의총 눈속임'으로 野 허 찔러…박근혜도 직전에 알아
홍 대표와 황 원내대표는 이날 새벽에도 한 · 미 FTA 비준안 처리를 위한 전략을 논의했다. 이 같은 기습처리 방침은 오후 의원총회 때까지 의원들에게 통보되지 않았다. 의원들은 당연히 의총이 예산안을 논의하는 자리 정도로 여겼다.
황 원내대표는 오전 11시께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한 시간가량 한 · 미 FTA 비준안 합의 처리를 위한 절충을 시도했다.
황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황 원내대표는 김 원내대표를 만나는 게 마지막 협상이자 상대방에 대한 마지막 예의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회동이 의미 없이 끝나자 낮 12시쯤 단독 표결 처리를 결심하고 박 의장에게 전화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내년 예산안과 관련된 의원총회 개최를 예정해 놓고 있었다. 의원들이 모이기 직전 비준안의 표결처리 방침은 유승민 · 원희룡 등 최고위원과 박근혜 전 대표에 전달됐다고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전했다.
의총에서 예산안과 관련해 다섯 번째 의원이 발언하던 도중 황 원내대표는 발언을 중지시켰다. 이때가 오후 2시50분께였다.
의총에 참석한 의원이 의결 정족수인 148명에 모자라는 120여명이었기 때문이다. 3시부터 국회의 모든 출입문은 닫혔다. 국회 사무처가 한나라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질서유지권과 경호권을 발동하고 국회에 출입제한 조치를 내렸다. 4분 뒤 이명규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를 필두로 한나라당 의원들은 예결위 회의장을 나와 복도 건너 본회의장을 향했고,8분께 국회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했다. 이후 부족한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의총에 참석하지 않은 동료 의원들이 입장하면서 단독 처리 준비는 끝났다.
동료 의원들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고 있었던 민주당 의원들도 소식을 접하고 속속 본회의장을 찾았으나 이미 140명 안팎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점거한 뒤였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