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파버 "中 경기 둔화 가속화될 것…코스피지수 1200~1400까지 빠질 수도"

대신증권 '인베스트먼트포럼'

美, 3차 양적완화 실시할 것
부동산·미술품 투자 매력…金값 상승률, 주식 웃돌 듯
"한국 증시는 코스피지수가 2200선에 달했던 지난 5월 정점을 찍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900선까지 하락했던 점을 감안하면 1200~1400까지 조정받을 수 있습니다. "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통하는 '닥터둠' 마크 파버는 22일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대신증권 인베스트먼트포럼에서도 한국 증시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으로 일관했다. 같은 자리에서 내년 상반기 코스피지수 상단을 2300까지 내다본다고 발표한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의 낙관적인 전망과 대조를 보였다. 파버는 "미국 등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계속해서 돈을 찍어낼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선 금과 부동산 미술품 주식 원자재 등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리스의 위기를 어떻게 보는가.

"그리스는 4400억달러의 부채를 갖고 있다. 이자를 상환할 능력도 없다. 이미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탈퇴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기존 그리스 화폐를 도입하고 유럽 국가들과 거래하게 되면 부채 상환이 좀 더 쉬워질 것으로 본다. "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야 한다는 주장도 상당한데."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 있으면 그리스 채권을 보유한 유럽 은행들에 영향을 미친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프랑스까지 연쇄적으로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동성 공급을 통해 그리스 채권을 사들이더라도 문제를 지연시키는 것일 뿐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

▼미국 경제도 심상치 않다.

"미국 정부는 항상 미봉책으로 경제 문제 해결을 지연시켜왔다. 앞으로 5년간 미국 부채 규모는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당연히 미국 국채에는 결코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추가 양적완화를 실시할 가능성은.

"S&P500지수가 1000 이하로 내려가면 반드시 3차 양적완화(QE3)를 실시할 것이다. 4차,5차 양적완화도 잇따를 가능성이 높다. "

▼글로벌 증시는 어떻게 보나.

"미국 증시를 보면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현재는 올해 초와 유사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변동성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 "

▼유망한 투자 수단을 꼽는다면.

"대부분 자산 가격이 조정 국면을 겪고 있다. 금값도 지난 9월 온스당 1920달러에서 조정을 거치고 있다. 금값은 단기적으로 1400~1500달러까지 하향 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하지만 금 수익률은 앞으로 2~3년간 글로벌 주가 수익률을 웃돌 것으로 본다. "

▼현재 금 가격이 버블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1980년대 중반 금의 평균가격은 온스당 380달러였다. 현재의 경제 규모와 유동성 수준에서 비교해보면 과거 대비 상대적으로 싼 수준이라고 본다. 금을 전혀 보유하지 않고 있는 게 오히려 리스크다. "

▼다른 투자 수단은 어떤가.

"높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수준이다. 장기적으로 현금이 구매력을 잃게 된다. 따라서 부동산 미술품 주식 원자재만 믿을 수 있다. "

▼중국 경제 전망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자 중국 정부는 세수보다 많은 지출을 통한 극단적인 확장 정책을 추구했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의 14%에 육박하는 부채가 발생했다. 통화 확장은 필연적으로 버블을 야기한다. 중국은 지난 3년간 부동산 버블이 부풀러올랐다. 중국 경제는 현 시점에서 둔화되고 있고,가속화할 것으로 본다. "

▼한국 증시는 어떻게 보나.

"한국 증시는 지난 5월 정점을 기록한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2008년 금융위기 때 900선까지 하락했다. 이런 추세라면 1200~1400까지 떨어질지도 모른다. "


◆ 마크 파버는…

'닥터 둠(Dr.Doom)'으로 유명한 세계적 투자전략가이자 대표적 비관론자다. 약세장에 탁월한 예지력을 발휘한다고 해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 1987년 미국의 블랙먼데이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사전 경고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머징마켓과 상품 투자 분야에선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1946년 스위스에서 태어나 취리히대에서 24세 때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0년부터 1990년까지 화이트 웰드 컴퍼니와 드렉셀 번햄 램버트에서 일했다. 1990년 자신의 이름을 딴 '마크파버리미티드'란 펀드 운용 및 투자자문회사를 차렸다. 2001년부터 금에 투자하라고 권해 주목을 끌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인 2007년부터 전 세계 증시의 거품이 꺼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안상미 기자 s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