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産 몬다비 와인, 7만6000→6만6000원…맥주는 영향 미미

한·미 FTA 전격 통과 - 값싼 미국식품 '성큼'

체리·레몬 관세 즉시 철폐…축산물 점유율 높아질 듯
패션 명품은 큰 변화 없어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통과됨에 따라 쇠고기 등 축산물 부문에서 미국산(産) 점유율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FTA 발효와 함께 관세가 즉시 철폐되는 체리 레몬 건포도 등도 미국산 수입량이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다.

미국산 와인 가격도 15% 떨어지면서 수입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위스키와 맥주,패션,명품 등은 국내시장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육류수출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8월 말까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4.8% 증가했다. 2007년 한국 수입 쇠고기시장에서 6.4%에 불과했던 미국산 쇠고기 점유율은 올해 37.7%까지 올라갔다. 돼지고기도 올 들어 미국산 수입량이 크게 늘면서 수입 돼지고기시장에서 차지하는 미국산 점유율이 작년 27.4%에서 올해 33.8%로 상승했다.

FTA 발효로 관세 장벽이 해소되면 이들 미국산 쇠고기와 돼지고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국내에서 더 높아질 것으로 축산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는 앞으로 15년간 40%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없어지고 돼지고기(냉동)는 25%의 관세가 2016년 1월 철폐된다.

과일도 즉시 관세가 철폐되는 품목을 중심으로 수입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관세가 바로 없어지는 체리 레몬 건포도 아몬드 등은 직접적인 가격 인하 효과가 생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마트에서 9900원 내외로 판매되고 있는 체리(200g)는 24%의 관세가 철폐되면 가격이 8000원 선으로 내려가게 된다. '레이즌 건포도' 300g 가격도 21%의 관세가 사라져 4000원 선에서 3300원 내외로 낮아질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칠레와 유럽산에 밀려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산 와인도 국내시장을 공략할 좋은 기회를 맞게 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와인 수입업계는 FTA로 와인 수입가격이 10~15% 인하되고 수입량은 FTA 발효 첫 해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7만6000원에 팔리고 있는 캘리포니아산 '로버트 몬다비 카베르네 소비뇽' 한 병 가격은 6만6000원 선으로 내려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위스키 등 양주는 소비자의 기호가 유럽 제품에 편중돼 있고 양주시장 자체가 가격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FTA 이후에도 시장 판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맥주도 밀러와 버드와이저 등이 국내 소비자에게 알려져 있는데,7년간 단계적으로 관세(30%)가 철폐돼 당장 큰 시장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버드와이저는 오비맥주가 국내 소비물량을 광주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고 있어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패션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브랜드라고 하더라도 생산지는 아시아 등 미국 이외 지역이 대부분이어서다. 미국 브랜드인 코치,갭 등을 수입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이들 제품은 모두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고 아시아 등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번 FTA와 관련이 없다"고 전했다. 미국 명품 브랜드 마크제이콥스를 수입하는 코오롱FnC부문 관계자는 "가방은 전량 이탈리아에서 만들어 수입하고 있어 해당사항이 없다"며 "의류는 대부분 미국에서 만들긴 하지만 원사(실) 선적 등 복잡한 항목들을 살펴본 뒤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도나카란,타미힐피거 등을 수입 판매하는 SK네트웍스 관계자도 "국내에 들어오는 브랜드 제품들은 대부분 중국,동남아시아,이탈리아에서 만들기 때문에 한 · 미 FTA와 관련이 없다"고 했다.

김철수/민지혜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