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우ECO, 獨·日 의존하던 제철설비 국산화…R&D로 글로벌 강자들에 도전장

불황 파고 넘는 기술 中企 - (1) 삼우ECO

매출액 5% R&D에 투입, 내년부터 亞시장 공략…2015년 매출 500억 목표
한국경제신문과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은 정부의 연구 · 개발(R&D)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시장에 내놔도 밀리지 않는 탄탄한 기술력을 확보한 예비 강소기업을 선정해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이들 업체는 해외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기술을 국산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강자들과 경쟁하고 있다.

전남 광양시 초남공단에 있는 삼우ECO(대표 허기복)는 포스코 유니온스틸 등 국내 철강회사에 도금용 에어나이프 등을 공급하는 제철설비 제조업체다. 독일 일본 등에 의존하던 핵심 제철 설비를 잇달아 국산화하고 있다. 외국계 기계설비업체에 근무하던 허기복 대표가 창업에 나선 것은 1989년.포스코 광양제철소가 한창 고로를 증설하던 때였다. 당시 수입에 의존하던 제철 설비를 국산화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다. 막상 창업했지만 기술력이 없다 보니 고로의 쇳물이 바깥으로 튀지 않도록 하는 커버 등을 포스코에 납품하는 것으로 회사를 꾸려나갔다.

허 대표가 R&D에 눈을 뜬 것은 2002년 말 중국 출장을 다녀오고 난 뒤다. 포스코 중국 현지 협력사를 둘러본 그는 기술력이 없으면 금방 중국에 밀리겠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했다.

허 대표는 이듬해 초 기술연구소를 세웠고 매출액의 5%를 R&D에 투입했다. 성과는 곧 나타났다. 2년여에 걸친 연구 끝에 2005년 고로 미분탄 취입 랜스를 개발해냈다. 랜스는 철광석이 고로에서 잘 녹도록 유연탄 가루(미분탄)를 뿌려주는 장치다. 이 회사는 정지된 상태에서 미분탄을 뿌려주는 기존 방식을 과감히 깼다. 회전하며 앞뒤로 움직이는 방식을 고안해냈다. 이 기술로 랜스의 수명과 품질을 동시에 높이는 성과를 얻었다.

2300도에 이르는 고로의 열 때문에 랜스가 녹아내려 수명이 2개월을 넘기 어려웠지만 랜스를 움직여 고로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수명을 세 배가량 늘렸다. 회전 방식이어서 미분탄이 더 골고루 뿌려지는 효과도 냈다.

2007년엔 공공기관의 첨단장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연구장비활용 기술개발사업 덕분에 자동 제어가 가능하도록 회전형 무빙랜스의 성능을 크게 개선시켰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미분탄을 분사하는 최적의 각도,고로 상태에 따른 거리 조절 등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것.이 제품을 포스코에 납품하면서 이 회사는 연간 55억원의 매출 증대 효과를 거뒀다. 삼우ECO는 지난해 말 강판에 아연도금을 하는 장비도 개발했다. 대당 50억원에 이르는 아연도금 강판 제조장비는 독일 포엠,일본 히타치 등 외산 제품이 국내시장의 80~90%를 장악해왔다. 이 회사의 제품은 저렴하면서도 품질은 더 뛰어나 포스코 유니온스틸 등 국내 철강회사들이 최근 도입을 시작했다. 허 대표는 "냉장고 TV 등에 쓰는 일반 도금강판 제조 장비 기술도 확보했다"며 "중국 등 아시아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120명의 직원으로 지난해 324억원의 매출을 올린 삼우ECO는 2015년 500억원,2020년 1000억원의 매출 목표를 세웠다. 철강회사들의 투자 위축으로 올해 실적은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허 대표는 "내년부터 해외시장에 본격 진출하면 성장세가 가팔라질 것"이라며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중견 기업으로 키워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