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신청 남발, 상장사 울린다

법원에 신청만으로 주식거래 정지…일부 소액 채권자, 돈 받아내려 악용
인조피혁 제조업체인 코스닥 상장사 블루젬디앤씨는 지난 18일과 21일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4억5100만원의 채권을 갖고 있는 김모씨가 서울중앙지법에 파산을 신청해서다. 파산신청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거래소는 주식매매를 정지시켰다. 김씨가 파산신청을 취하한 다음날인 22일 거래가 재개됐으나 주가는 하한가까지 폭락했다.

상장회사에 대한 파산신청이 악용되고 있다. 소액 채권자들이 돈을 받아내기 위해 파산신청을 하면 주식거래가 정지되는 점을 활용해 파산신청을 남발하고 있어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채권자로부터 파산신청을 당한 상장사는 블루젬디앤씨를 포함해 9개사에 이른다. 작년 3개사보다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엘앤씨피는 지난달과 이달 두 번이나 같은 채권자로부터 파산신청을 당했다. 이로 인해 지난달에는 하루,이달에는 4일 동안 거래가 정지됐다.

현행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는 채권을 가진 것만 확인할 수 있으면 금액에 관계없이 누구나 파산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파산신청을 제기하면 거래소는 곧바로 매매거래를 정지시키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은 진짜 파산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갖는다. 파산신청을 취하해 거래가 재개돼도 주가는 내림세를 탄다. 엘앤씨피 주가는 처음 파산신청을 당한 10월7일 이후 50.4% 하락했다. 지난달 24일 파산신청 사실을 공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케이비물산 주가도 1560원에서 이날 605원으로 61.2% 추락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파산신청만으로도 주식거래가 정지되다 보니 회사로서는 파산신청을 제기한 채권자의 채무를 우선 갚아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강욱 ACPC 부사장은 "소액 채권자가 파산신청을 남발하는 것은 문제"라며 "자기자본의 5% 이상 등 일정액의 채권을 가진 채권자가 제기하는 파산신청에 대해서만 거래소가 매매거래를 정지시키는 등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재광 기자 ahu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