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대건설 입찰 보증금 2755억 돌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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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배임적 이중매매"…500억 손해배상도 청구지난해 말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자격이 박탈된 현대그룹이 외환은행 등 채권단을 상대로 2755억원의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을 냈다. 채권단을 상대로 5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도 함께 청구했다.
현대그룹 법률대리인 역할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공감의 민병훈 변호사는 23일 서울 서초동 공감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현대건설 채권단을 상대로 입찰 과정에서 이행보증금으로 납부한 2755억원의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며 "어제(2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채권단 입장에선 현대그룹과 이행보증금 반환을 직접 논의하기 어렵기 때문에 법적 절차가 필요해 반환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행보증금은 인수 · 합병(M&A) 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인수 주체가 통상 매각대금의 5%를 미리 납부하는 돈이다.
이행보증금 반환 가능성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민 변호사는 "과거 가처분소송 1심에서도 재판부가 '이행보증금 몰취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보였다"며 "현대그룹이 계약 이행을 주장한 상황에서 채권단이 불이행한 것이기 때문에 이행보증금은 반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그룹은 이와 별도로 50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도 냈다. 민 변호사는 "채권단의 책임 회피를 강조하기 위해 이행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과는 별도로 5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따로 냈다"며 "채권단이 외부 압력에 의해 태도를 바꾸고 양해각서상 의무를 불이행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묻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건설 채권단이 5%의 이행보증금을 납입했는데도 실사 요구에 응하지 않고 양해각서 상의 의무도 불이행했다"며 "배임적 이중매매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민 변호사는 다만 "이번 소송은 (현대건설을 인수한) 현대자동차그룹과 무관하다"며 범 현대가(家) 사이의 갈등설에 선을 그었다. 그동안 이행보증금 2755억원은 현대그룹 측이 돌려달라고 요청하지 않아 근 1년 가까이 채권단에서 보관해왔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