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위기에 中 경기마저…'연말 랠리' 물건너 가나

코스피 1800선 붕괴

유로존 국채금리 상승ㆍ中 제조업지수 하락
외국인 5일째 순매도…"추가 하락 대비를"
코스피지수가 한 달여 만에 1800선을 깨고 내려왔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한 가운데 믿었던 중국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3일 코스피지수는 5일째 이어진 외국인 순매도로 인해 43.18포인트(2.36%) 내린 1783.10에 마감했다. 이달 초 1950선에 안착하지 못한 채 되밀린 코스피지수가 지지선으로 여겨진 1800선마저 깨고 내려온 상황이어서 추가 조정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해결책이 나오면 재차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해외 악재 부각

이날 국내 증시는 해외 쪽에서 부정적인 소식이 전해지면서 낙폭을 키웠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치를 밑돈 데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등 불안감이 여전했다. 여기에 벨기에가 프랑스에 덱시아금융그룹 구제 방안 재협상을 요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유로존 국가 간 협상 과정이 진통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ECB의 금융회사 채권 매입을 놓고도 프랑스와 독일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며 "유럽 금융회사의 추가 파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8.0으로 32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는 소식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조용찬 중국금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이 유럽발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 둔화의 위험에서 비켜갈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며 "수출경기 위축과 내수 둔화로 내년 1분기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수출의 21%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 둔화는 국내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진단이다. ◆수급 불안 여전

외국인은 이날 42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시장 하락을 주도했다. 지난 10일 이후 9거래일 만의 최대로,5일 연속 순매도다.

프로그램 매매 역시 부담을 주고 있다.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2818억원 순매도로 6일 연속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지난 5월19일(8일간) 이후 최장 기간 순매도 기록이다. 베이시스(현 · 선물 가격 차)가 악화되면서 선물을 사고 현물을 파는 매도차익 거래가 활발해졌다. 지난해 공모펀드에 거래세가 부과된 이후 차익거래 시장을 떠났던 기관투자가들도 최근 순매도에 가세했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최근 베이시스가 -0.9까지 떨어져 세금 비용을 감안해도 차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물시장 수급이 약해진 만큼 프로그램 매수를 이끌 시장 베이시스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은 이날 2642억원의 선물 순매도를 나타내는 등 긍정적인 조짐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연말 랠리 기대감 줄어

국내 증시는 변동성 높은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조 센터장은 "유럽 위기가 고조되면 급락하고 대책이 나오면 반등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상황"이라며 "유럽 은행 파산을 막기 위한 ECB의 유동성 공급이 확정돼야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기 침체도 부담이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지급준비율 인하보다는 예대비율이나 금리 인하 등이 나타나야 한다"며 "긴축 완화 기대는 아직 섣부르다"고 분석했다. 이날 중국 저장성은 지준율을 부분 인하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1분기부터는 중국 긴축 완화가 가시화될 것"이라며 "국내 증시 반등의 동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 할 것"이라며 "추가 하락에 대비하는 것이 맞아 보인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