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앞 내다본 이건희 회장의 특명 "당장 특허 확보하라"

Let's Master '특허경영'
(1) 세계는 지금 국제특허경제전쟁 중

삼성-애플 특허大戰 어느쪽도 완승은 불가능 같이 사는 길 찾을 것
치열한 소송전은 크로스 라이선스 협상 고지 선점 위한 것
이건희 삼성 회장은 최근 그룹 사장단에 소프트웨어 기술과 S급 인재, 특허 등 3대 핵심과제를 제시하며 “5년, 10년 뒤를 위해 지금 당장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특별주문했다. 더 나아가 “지금은 특허 경쟁의 시대”라며 “기존 사업뿐만 아니라 미래 사업에 필요한 기술이나 특허는 투자 차원에서라도 미리 확보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이 회장이 이런 주문을 10년 전에 했더라면 한국 기업의 지식재산·소프트웨어 국제경쟁력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한국 기업의 국제 특허경쟁력은 그만큼 빨리 구축됐을 것이다. 1980년대 중반 J.A 영(Young) 미국 휴렛팩커드(HP) 회장은 미국의 국제경쟁력 강화 및 회복전략 제안서인 ‘영 리포트’를 내놓았다. 이는 미국 특허 중시 정책의 기폭제이자 미국이 특허의 세계 경제 주도권을 잡는 기반이 됐다.이 회장은 많은 경영 현안 가운데서도 왜 이런 주문을 했을까. 현재와 같은 제품(이른바 깡통) 중심의 사업전략으로는 애플과 같은 지식(특허, 소프트웨어, 디자인 등) 무장(武裝)형 기업을 이길 수 없다는 절박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삼성은 현재 세계 각지에서 애플과 힘겨운 전쟁을 하고 있다.

삼성은 제품 내부에 들어가는 기술과 특허에는 강하다. 그러나 디자인이나 기기들을 움직이고 킬러 콘텐츠와 연결,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분야에는 약하다. 모든 싸움이나 경쟁, 전쟁은 다 그렇듯이 공격자는 항상 상대방(수비자)의 약한 부분을 치기 마련이다. 애플도 삼성의 약한 부분(디자인, 소프트웨어)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고가 되고 지식재산을 둘러싼 각종 시비에서 벗어나려면 이 약한 부분의 경쟁력을 빨리 구축해야 한다.

#소프트웨어의 빈약으로 굴욕을 맛보다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한 대를 판매할 때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에 특허 사용 로열티를 4~5달러씩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판매 예상 물량을 감안하면 연간 2억4000만~3억달러(2800~3500억원)의 특허료를 MS에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허료는 삼성의 이익률 추세를 감안할 때 연간 약 4조~7조원의 추가 매출을 올려야 만회할 수 있는 액수다.

MS는 지난 7월 삼성전자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로열티를 요구, 협상을 벌여왔다.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태블릿PC 같은 모바일 기기를 작동하는 데 필요한 핵심 소프트웨어다. 미국 구글이 개발해 전 세계 휴대폰 업체에 무료로 제공해왔다. 하지만 MS는 안드로이드가 자사의 컴퓨터용 OS ‘윈도’의 특허 기술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제조기술과 관련된 특허는 많지만 운영체제나 소프트웨어 분야는 약하다. 국내 제조사들이 외국의 소프트웨어 공세에 무너질 경우 글로벌 휴대폰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기고 단순한 조립 하도급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공짜로 사용하게 한 안드로이드 OS를 만약 유료로 전환한다면 국내 제조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돼 패닉 상태에 빠질지도 모른다. 미국, 일본 등 특허전략 강국 전문가들은 언젠가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OS의 유료화를 단행할 것이라고 예견해 왔다. 이 회장의 특별주문과 경고, 최근 애플과의 특허 전면전은 예방전쟁(preventive war)의 성격이 짙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애플의 환상적 IP 기반 비즈니스 모델

애플은 모든 인간이 일하고 공부하고 생활하고 즐기며 논다는 데서 착안, 이런 것들을 구현할 수 있는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TV, 아이맥, 아이카, 아이워치 등을 다른 사람이 만들게 한 뒤 낮은 가격으로 구매해 높은 마진을 붙여 판매한다. 이런 제품에는 애플의 특허와 컨셉트, 디자인이 담겨 있다. 기기를 구입한 고객들은 또 다시 애플이 벌려 놓은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구매하도록 고안돼 있다. 애플 아이팟을 구매한 고객이 아이튠즈에서 음악을 다운받으며 값을 지불하고, 아이패드로 애플이 벌려 놓은 가상 매장에서 잡지나 신문을 구매하는 식이다. 기기를 팔아먹고, 그 기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콘텐츠도 파는 이중 장사다.

그렇다면 이런 황금의 이중 장사를 다른 기업들도 하면 될 게 아닌가. 그러나 애플은 경쟁자들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특허와 디자인, 상표, 소프트웨어 등으로 난공불락의 특허 방어벽을 구축했다. 누구든지 접근하면 각종 첨단 지식재산 무기로 발포, 공격하는 철저한 지식재산 기반 사업구조를 갖춘 것이다. 더군다나 이들 기기들과 콘텐츠를 연결하고 고객에 접근하는 독자적이고 막강한 플랫폼(iOS) 및 유저인터페이스(UI)도 단단한 특허 옹벽을 구축, 이중 수익을 향유하고 있다.애플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의 기기를 팔지만 자신이 만들지 않는다. 제품의 기능, 컨셉트, 외장 등을 특허나 소프트웨어, 디자인 등의 지식재산으로 무장, 경쟁자를 배제하고 기기 제조자들을 지배, 통제한다. 기기를 직접 만들지 않으면서도 판매가의 절반 이상을 마진으로 챙기는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사업을 하는 것이다.

애플은 GNB(global networking business) 전략을 활용해 삼성전자에서 조달한 플래시메모리, 일본 TDK의 마그네틱 헤드, 일본 도시바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 등을 대만이나 중국에서 조립한다. 설비 투자 리스크 없이 높은 마진만 챙기면 된다. 특허 및 디자인 때문에 누구도 따라할 수 없으니 그야말로 독식이다. 이런 구조에 삼성전자가 도전하는 과정에서 애플이 장래를 걱정해 예방전쟁을 걸어온 것이 작금의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이다.

#삼성과 애플, 결국은 화해할 것

애플의 집적거림에 대해 한동안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삼성이 애플의 12배(특허출원 개수를 볼 때)나 되는 통신기술 특허를 무기로 전면전을 선포했다. 애플이 비교적 가볍고 외면으로 드러나 침해 입증이 쉬운 디자인이나 소프트웨어 등으로 시작한 전쟁에 대해 삼성은 내면으로 들어간 (기술적 사상은 강하나 침해 증명이 쉽지 않은) 비장의 핵무기나 화생방을 동원한 것이다.

삼성의 내면적 무기가 막강함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그러나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내면적 무기(통신 및 기기관련 특허 등)가 약한 애플이 삼성을 위협할 수 있는 다량의 핵무기나 화생방전 무기(특허)를 무기상들(특허괴물 등)에게서 구입(특허 매입, M&A, 특허 풀 가입 등)할 것이 확실해서 어느 쪽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디지털기기의 특성상 필요한 수만 개의 특허 중에서 똑똑한 한방만 있으면 상대방의 아킬레스건을 자를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쪽도 완벽한 승리는 불가능하다. 결국 같이 죽기보다는 같이 살기를 원할 것이다. 가공할 만한 핵무기로 맞섰던 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이 평화공존을 택한 것과 같은 이치다. 양사가 결국은 크로스 라이선스(Cross license)로 갈 것이다. 그런데 왜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걸까.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에서 협상하기 위한 실리 추구와 자존심 대결로 해석된다.

애플은 앞으로도 막강한 특허를 기반으로 이중 비즈니스 구조의 새로운 기능, 아이북스 챕터(iBooks Chapter), 메시지 빌더(Message Builder), 아이리포터(iReporter) 같은 컨셉트의 개량, 신제품, 클라우드 연계 통합플랫폼, 아이카, 와이어리스 차징 시스템(Wireless Charging System) 같은 신 서비스를 잇따라 론칭할 것이다. 애플의 이 같은 특허 포트폴리오와 경쟁할 수 없다면 자칫 부품가공이나 조립을 하는 애플의 하청기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허재관 특허법인 이지·(주)이지펙스 부사장 gbo1196@gmail.com

△IPMS 초대회장 및 대한변리사회 사무총장 역임 △현 고려대 겸임교수(캠퍼스 CEO 과정),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저서 ‘기술거래가이드’ ‘지식재산전략’ 등


고현정 왜이래?
얼굴 달라졌네

"사장님 손님없을땐…"
알바생 충격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