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안전지대 사라져…獨 2위 은행마저 자금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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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국채발행 실패독일이 23일 국채 발행에 실패한 원인은 시장의 '불안감'이다.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에서 시작된 위기가 동유럽을 거쳐 이제 유럽 최대 경제국마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ECB, 유럽 178개 은행에 2490억 유로 '수혈'…하루 단위 대출 사상 최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178개 은행들이 22일 하루 동안 유럽중앙은행(ECB)에서 2490억유로의 긴급대출을 받았다"며 재정위기가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심장이 공격당했다"
독일이 이날 36억4400만유로어치의 국채를 발행해 목표치(60억유로)에 미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장 관계자들은 큰 우려를 나타냈다. 남유럽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동유럽을 거쳐 이제 독일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먼 데릭 미국 뉴욕멜론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제 유럽의 심장까지 공격당하고 있다"며 "독일은 지난 25년간 국채 시장에서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힘썼는데 그리스 등 재정위기국 때문에 위험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덴마크 단스케은행의 얀스 쇠렌센 수석애널리스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독일 국채 발행 실패는 독일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기보다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해결책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 퍼진 불안감이 유로존에 안전지대를 없애고 있다는 게 WSJ의 평가다.
재정위기가 금융위기로 번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22일 유럽 은행들이 ECB에서 받아간 2490억유로는 ECB의 하루 기준 사상 최대 대출 규모라고 FT는 전했다. 독일 2위 은행인 코메르츠방크가 29억유로의 자금난 때문에 구제금융 직전에 내몰린 것도 위기가 금융권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스에선 여전히 긴축 반대 시위재정위기의 도화선이 된 그리스에서는 긴축재정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여전히 거세다. 그리스 민간,공공부문을 대표하는 양대 노동조합은 정부의 긴축 조치에 항의해 내달 1일 동시 총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지난 11일 과도 연립정부가 출범한 이후 노동계가 대규모 총파업을 예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수도 아테네의 지하철 전차 교외철도 노조원들은 이날 4시간 부분 파업을 벌였다.
그리스중앙은행은 지난달 EU 정상들이 합의한 구제금융안이 자국의 유로존 잔류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며 노동자들을 설득하고 나섰다. 그리스중앙은행은 이날 발표한 단기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현 시점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그리스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유럽 정상들은 지난달 말 그리스의 국채손실률을 50%로 올리고 1000억유로 규모의 2차 지원을 제공하는 대신 고강도 긴축재정안을 수용하라는 내용의 구제금융안에 합의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